2006년에 제작된 텔레비죤극 “수업은 계속된다”는 북한청년들이 졸업하면서 어떤 진로를 고민하는지 잘 보여주는 북한판 청소년 성장드라마이며 집단진출사례를 소재로 한다. 한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북한 특성상 드라마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무들 간의 우정과 사제지간의 사랑,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흡사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학급 학생들의 배우는 평양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연기를 하였다고 하는데, 연기자 나이가 17세는 커녕 내 눈에는 20~40대로 보여 죄송스럽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학생배우 개개인의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나이나 미모에 상관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다. 사람들의 개성과 친구간의 우정, 스승과 제자에 대한 진정성이 감동을 주는 이른바 북한판 “사랑의 학교”이다. 갈등은 있지만 악한 사람은 없고 갈등의 디테일에는 북한의 현실이 켜켜이 녹아 있다.

옆 학교인 샘물중학교에 지지 않고 우리 모두가 고치농장으로 자원해서 집단진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긍정인물 강 범(남자주인공, 졸업반 학생)의 반대편에는 허 철이 있다. 허 철은 아픈 어머니 때문에 집단진출을 할 수 없는 친구 상봉이를 위해 집단진출을 반대하는 부정인물이다. 모범학생 선녀와 리영은 자신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공부해왔는데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왜 우리가 고치농장에 가야 하냐’고 반발한다. 이런 학생들의 대립과 갈등은 주먹싸움직전까지 고양되고 결국은 선생님이 직접 인솔하여 고치농장으로 집단진출을 갈 학생은 가고 대학진급이나 직장진출을 하려는 학생들은 각자의 길로 가게 된다. 이 때 고치농장으로 가지 않고 대학진급을 하려는 여학생 리영이(여)를 준범이(초급단체 비서, 학급 간부)가 설득하는 대사가 현실적이다.

“나는 학급의 초급단체 비서로서 앞을 내다보고 하는 말인데 우리 진출생은 진출도 빠르고 모든 데서 우선권이라는 거야. 3년이면 입당을 하고 누구는 정치학교로~ 누구는 중앙대학으로! 나는 문학공부를 하고 있다가 김일성 종합대학으로 뻗어 볼 생각이야.” “농촌에 자원 진출하는 우리는 시대의 맨 앞장에 서는 선구자들이며 우리에게는 휘황한 앞길이 활짝 열렸다는 거야. 나는 그때 가서 리영이가 오늘을 후회하게 될까봐 이 말을 해주는 거야.”

당과 수령, 인민을 위해 가지만 그 결과는 오롯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이다.귀가 솔깃해진 모범생 리영이는 준범이를 따라 전문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집단진출에 합류한다. ‘농장 다녀와서 중앙대학 갈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으니까’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면 준범이 말은 사실일까? 최근 내가 한국에 온 청년간부를 면접한 결과에 의하면 이 대사는 북한의 현실을 상당히 잘 드러낸 말이다. 남들이 싫어하는 농장이나 탄광 등에 진출을 해서 앞길을 여는 것도 중요한 진로전략이다. 이 말을 한 당사자 역시 대학 졸업이후 일부러 오지에 지원을 해서 당성을 인정받아 더 나은 직업지위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리스크가 따른다. 이 드라마는 총 8편까지 제작되었는데 편당 시간은 45분~50분정도다. 시즌 2를 만들면 좋겠다. 동화같은 감동과 재미 속에 생존을 위한 북한사람 특유의 현실적인 계산도 보이니 더 인간적이다.

/김화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