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코로나 19가 다시금 확산세를 보이면서 생활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선전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확진자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월에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듭 피력하면서 눈물을 보인 데서도 내막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 및 남북 관계는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답답하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북한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코로나 19는 단기간에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년 이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에 대북제재, 코로나 19, 자연재해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 명확하다. 북한도 더 이상 문을 꼭꼭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날이 추워지면 질병은 또다시 기승을 부릴 수가 있다. 하루 빨리 북한 주민생활 개선과 한반도 평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는 남북이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감염병에 대응하면서 항구적인 생명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생명을 위한 방역 협력과 공동체 형성은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추진이 가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도 이끌어 낼 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지난 9월에 유엔총회에서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 데 이어 10월 28일 국회에서 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사람과 가축 감염병, 재해 재난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이 생명공동체로 공존의 길을 찾길 소망 한다"고 말했다.

감염병 관련 협력은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이미 합의한 사안이며, 대북제재 면제 신청 명분이 뚜렷한 분야이다.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 대응은 남북을 넘어 국제사회 공통의 이슈로 국제협력과 남북협력 연계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외에도 결핵, 말라리아, B형간염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구제역, 조류독감 등 남북협력이 필수적인 초 국경 질병이 수없이 많다.

질병은 전염성 차단과 신속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최선책이다. 이제는 남북이 구체적 실행을 통해 성과를 도출할 때가 됐다. 북한이 적극 호응해 올 수 있는 의미 있는 민생 보건의료 및 기술지원과 시설구축 사업들을 하나씩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재해·재난,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남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중국 단동시- 북한 신의주의 전염병 예방통제 교류협력 메커니즘 합의서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한반도 생명공동체가 구현되는 장소로서 DMZ 접경지역을 설정하고, 다양한 국제사회와 함께 남북이 협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공동 질병 및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안정적·지속적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가 공존공영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 다가오는 2021년 1월 1일 북한의 신년사를 주목한다. 생명공동체를 지향하는 북한의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와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바람이 다시 불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