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없고 검거 두려움 안 느껴
범행지 스스럼없이 지나는 등
지능범·분노조절장애와 달라
전문가 면밀한 분석·규명 필요
▲인천일보 DB

 

34년 만에 법정에 선 경기남부 지역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56)에 대해 '통상적인 상습폭력 사범이나 지능범죄자는 아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범죄 장소를 피해 다니거나 죄의식을 느끼고 검거에 두려움을 느끼는 등 통상적인 범죄자의 특성을 보이지 않는 이춘재와 같은 유형을 전문가들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도 있다.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2일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주목해야 할 것은 당시 이춘재가 연쇄살인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도 아니고, 범행 이후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한 것도 아니고, 당시 치안을 맡았던 사람들을 피해서 범행한 것도 아니며 수차례 용의 선상에 올랐지만, 교묘히 빠진 것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한 번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사건이 반복됐고, 우리 사회가 대비했는데도 치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억울하게 누명 썼는가를 생각해보면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이날 재판 증인석에서 자신의 범행동기에 관해 설명하지 못했다. 형사들도 수차례 물었으나 “자신에게는 자연스럽게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또 범행 후에도 순간적으로 “이러면 안 된다”는 죄의식이 들었으나, 그 순간이 지난 후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범죄 장소 앞을 지나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사건에 대한 소문을 접하거나 신문기사 등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춘재는 “아마도 평소 행동 그대로 했었기에 (화성연쇄살인사건 기간 중) 노출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얘기하는 이춘재와 같은 인간의 유형을 전문가들이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통해 화성사건 범인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고방식과 어떤 언어를 갖고 어떤 행동패턴을 가진 사람일까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단서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습적 폭력사범, 분노조절장애, 고도지능범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같았지만, 공감능력이 없어서 범행을 반인륜적인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흔히 사이코패스라고도 얘기하는 이런 유형은 어떤 인간형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