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 뮤직 드라이브인 페스티벌에서. 2020년

1990년이니 30년이나 된 일이다. 당시 미국 UCLA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할 시절이었다. '할리우드 보울(Hollywood Bowl)'에 존 윌리엄스의 야외 공연이 있어 사촌누이의 도움으로 공연장에 가게 되었다. 수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몰렸다. 그 누구도 새치기를 하거나 경적을 울리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경적을 아무렇지 않게 눌러대던 시절이었다.

30년이 훌쩍 넘은 지난 10월31일.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는 딸아이의 하소연에 하는 수 없이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송도 국제여객터미널 야회 특설 무대에서 열리는 2020 KMDF(코리아 뮤직 드라이브인 페스티벌) 공연이었다. '드라이브인' 공연이어서 차가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 부득이 자처한 일이었다.

입구부터 삼엄한 방역체계를 거치느라 차는 한참을 기다렸다. 창문을 열고 탑승자 별로 발열체크는 기본이고, QR코드로 신원확인, 최종확인자는 손목밴드까지 채우고서야 정해진 차량의 위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래 기다리는 동안 그 누구도 경적 한번 울리지 않았고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며 정해진 장소로 이동했다. 딸아이들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차량에 자신들이 원하는 아이돌의 이름과 팀 이름을 붙이고는 차를 이쁘게 장식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차량 안에서 앞자리를 서로 바꿔가며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대형 LED모니터도 잘 안 보이는 자리, 무대는 더욱 멀어서 보이지 않는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향해 응원 봉을 흔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천대가 넘는 차량이 빠져나가는데도 사람들은 질서를 지켰다. 30년 전 할리우드 보울의 기억이 다시 소환되었다. 하지만 미국이 아니라 K팝과 함께 세계적인 K방역이 돋보이는 바로 이곳 인천에서.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