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한건당 800원…닭 길러 족제비 좋은 일만
▲ 配(배)는 단지(酉)에 든 술이 잘 익는지 몸(己)을 굽혀 살피는 모습이다. /그림=소헌

택배의 기원은 보부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부상褓負商은 봇짐장수인 보상(褓 포대기)과 등짐장수인 부상(負 지다)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특히 등짐장수들은 많은 짐을 지고 다니는데 지게를 사용했다. 조선의 지게는 인류역사상 사람의 몸뚱이로 운반할 수 있는 도구 중 가장 이상적으로 고안된 기구다. 어깨와 등과 엉덩이에 짐의 무게를 고르게 전달하여 엄청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지게는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이름 그대로 ‘지케이’라고 부른다.

청계천이나 남대문에 가야 겨우 볼 수 있을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역이나 시장 어귀에서는 지게꾼들이 흔하게 눈에 띄었다. 그들은 골목이 좁거나 비탈이 심한 곳 또는 계단이 많은 곳에도 비교적 재빠르게 짐을 나를 수 있는 전문 택배기사인 셈이다. 최근에 ‘설악산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지게꾼 임기종씨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다. 16세에 지게질을 시작한 후 50년 가까이 오직 설악산에서 짐을 지어 나르고 있다. 그가 40kg이 넘는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데 짐삯은 고작 2만원이다.

계불위봉(鷄不爲鳳) 닭 새끼 봉 되랴. 흔하고 천한 닭이 상서로운 봉황이 될 리가 없다는 4자속담이다. 사람은 본래 자기가 타고난 대로가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것을 비유한다. 예나 지금이나 택배宅配 일꾼은 힘든 노동을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금전적 대가는 터무니없이 적다. 택배기사가 한 건 납품하고 받는 돈은 800원 수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돈은 재벌 택배사가 챙기고 기사들은 원시적 수탈을 당한다’고 분석했다.

 

宅 댁 / 택 [댁(댁) / 집(택)]

①_(부탁할 탁/의탁할 탁)은 사람의 부탁을 도와주려면(_) 일곱(七칠) 번은 봐줘야 한다는 글자다. ②여자들이 시집오면 ‘마산댁’이나 ‘천안댁’ 등으로 불리는데, 집안(_면)의 힘에 의탁(_탁)하게 된다는 뜻이다. 宅(댁)은 상대방을 높여 그의 집이나 아내를 이를 때 쓴다. ③宅(택)은 원래 집안에 나무가 뿌리를 내려 터를 잡는다는 뜻이었다. 점차 집(_면)이나 주거지를 일컫게 되었는데, 사람이 몸을 의탁하는(_탁) 곳이다.

 

配 배 [나누다 / 배우자 / 예속하다]

①제부수 글자 酉(유)는 갑골문에 술병이나 항아리를 닮은 글자로 쓰였다. 그래서 ‘술’이나 ‘발효물질’을 뜻하기도 한다. ②配(배)는 술단지(酉유)에 담긴 술이 잘 익는지 몸(己기)을 굽혀 살펴보는 모습이다. ③배우자(配偶者) 고를 때에도 꼼꼼히 따진다. ④술을 조심하라. 행여 술김(酉)에 애를 낳으면 평생 예속당하여(配) 허리가 휘도록(己) 일해야 한다. ⑤酉(유)는 12지 중 열 번째인 닭을 뜻하는데, 사람이나 맹수에게 고기로 제공되는 최상의 동물이다.

며칠 전 ‘택배 구직자가 취업사기로 죽어갑니다’라는 청원이 있었다. 못된 물류알선회사는 차량지원이나 일감지원 등을 미끼로 하여 순박한 이들에게 사기를 친다. 지원은 무슨 얼어죽을? 모든 지원금은 바로 내 주머니에서 나온다. 맹자식계(盲者食鷄) 장님 제 닭 잡아먹기다.

택배물량 증가에 따라 관련 업종의 주가는 점점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집콕족’이 늘면서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택배는 빠지지 않는다. 그에 따라 기사들의 과로사와 자살이 늘고 있다. 분배分配 실패가 낳은 불평등에서 오는 폐단이다. 고르게 나누지 못한다면 닭 길러 족제비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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