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기 활로 찾아 함께 머리를 맞대다


선생님들 직접 콘텐츠 만드는 노력에도
학생들 적응 어려워 수업 참여 줄어들어
1학기 마치고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개최
학년별 수업과정 분석 통해 문제점 인식

2학기 들어 교육부 방침 준수하는 선에서
1·2학년과 3학년으로 나눠 등교 횟수 조정
e - 학습터·줌 활용해 소통·수업 진행하며
시간 줄여 집중도 높이고 업로드 시간 엄수
자유학년·스포츠 활동은 쌍방향 수업으로
새로운 희망 경기교육
▲ 응곡중학교 교육공동체가 지난 8월 '더 나은 수업 만들기 교육공동체 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시흥시 장곡동에 있는 응곡중학교는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논의, 개선을 통해 원격수업 속 교육가치를 찾아가고 있다.

일방향 원격수업으로 진행했던 1학기 과정을 교육과정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로부터 평가받고, 대토론회를 통해 보다 나은 수업 방법을 고민했다. 이를 바탕으로 2학기 쌍방향 원격수업 방향을 재정립했다.

최근에는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병행하는 학교축제를 개최해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백윤애 응곡중 교사는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서 우리가 누리던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교실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만나며 함께 웃고 울며 감동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깨닫는다”며 “우리가 기존에 추구해왔던 교육가치에 대한 믿음을 망각한다면, 어쩌면 원격수업의 화려한 기술만 부각된 채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터진 코로나19…부랴부랴 시작한 원격수업

다른 학교와 같이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은 응곡중에 생소함으로 다가왔다.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e-학습터를 플랫폼으로 원격수업을 시작했지만,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은 모두 직접 콘텐츠를 만들었다. 자신의 수업을 20분 내외의 동영상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20분을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업을 기획했다.

동영상은 파워포인트로 제작되기도, 교사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개학식부터 온라인으로 교장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원격수업 상황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화면으로 수업을 듣는 것도 어려웠고, 필기한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어색했다. 온라인을 통한 질문 등 수업 참여도 줄어들었다.

담임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묻고, 언제든 상담을 진행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이에 응곡중은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앞둘 무렵 '더 나은 수업 만들기 교육공동체 대토론회'를 열었다.

8월4일부터 5일까지 열린 대토론회에는 학년별 학생 자치회 대의원들과 학부모 대표, 교사 등이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 이를 통해 민주적인 학교 문화 조성과 구성원의 바람직한 역할 수행을 논의했다.

대토론회를 통해 1학기 수업과정은 철저히 분석됐다.

1학년은 일방향 수업을 진행하며 질문이 있을 때 바로바로 물어보지 못했던 점과 많아지는 과제 부담을 호소했다. 동영상 수업 길이가 길어 집중이 안 됐고, 수업 시간 절반만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과제를 몰아서 하는 경향을 만들고 있다고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2학년은 학습지 출력이 어려운 점과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동영상, 모둠 수업이 없어 흥미도가 떨어지고 졸리는 문제를 지적했다. 가정 내 쌍방향 수업을 위한 전자기기의 필요성도 나왔다.

3학년은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지적했다. 불필요한 캡처나 짤 등이 유포될 수 있고 학생들의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제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시스템상 수강시간을 강제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꼼꼼해진 2학기 쌍방향 '원격수업'

대토론회 결과를 응곡중이 분석하는 사이 마침 쌍방향 원격수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라는 교육부의 권고사항이 나왔다.

부장교사를 중심으로 주변 학교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교내 교사를 대상으로 플랫폼 변경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한 응곡중은 자신감을 가졌다.

대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쌍방향 원격수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2학기 시작하자마자 교사 연수를 통해 일방향 수업과 쌍방향 수업의 개념 및 방법, 효과 등을 연수하고 구글 설문지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교사 37명과 학부모 332명으로부터 조사한 설문결과 교육부 방침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8월31일부터 3학년은 매일 등교를, 1·2학년은 격주 등교를 하고, 11월30일부터 종업식까지 3학년은 온라인 수업을, 1·2학년은 매일 등교하기로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쌍방향 수업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실시보다는 과제, 콘텐츠 등을 활용하는 수업과 병행하는 부분 실시 방식을 택했고, 쌍방향 수업 플랫폼으로는 구글클래스룸을 쓰기로 했다.

설문조사까지 마친 응곡중은 수업 운영 방식에 대한 기준도 수립했다.

응곡중은 ZOOM 회의방 기능을 활용해 자유학년 회의방과 수업회의장을 만들어 학생과 교사들이 실시간소통 창구로 이용하도록 했다.

교과과목 일부는 e-학습터와 zoom을 동시에 활용하는 수업이 진행됐고, 나머지 교과와 자유학년 활동, 스포츠 활동은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다.

대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e-학습터를 활용하더라도 15분 내외의 영상을 활용해 지루함을 줄이도록 했고, 수업 영상도 해당 시간에 업로드해 제시간에 수업을 듣도록 했다.

출결은 교과별 ZOOM을 통해 확인했으며, 조회시간이나 수업시간에 기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캡처 후 학급밴드에 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했다.

등교수업에서는 서서히 모둠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1학기에는 안전이 최우선이라 판단해 모둠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책상에 적당한 간격을 두며 모둠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마름모형으로 배치된 책상에 앉아 서로 대화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축제, 랜선을 타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다

▲ 응곡중학교가 지난 22일 '랜선축제'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의 온라인 축제 참여 모습.
▲ 응곡중학교가 지난 22일 '랜선축제'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의 온라인 축제 참여 모습.
▲ 응곡중학교가 지난 22일 '랜선축제'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의 오프라인 축제 참여 모습.
▲ 응곡중학교가 지난 22일 '랜선축제'를 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의 오프라인 축제 참여 모습.

▲고민의 완성판 '랜선 축제'

시흥시 장곡동에는 해마다 '장곡노루마루축제'라는 마을 축제가 열린다. 장곡동 소재 3개 학교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마을 축제가 대폭 축소됐고, 응곡중 학생들은 소중한 기회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에 응곡중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여기에 그간 응곡중이 쌓아온 고민과 경험이 모두 투입됐다.

결과는 '랜선축제'의 개막으로 이어졌다.

지난 22일 열린 랜선축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었다.

유튜브에 출연한 교장 선생님은 개회사를 통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고, 오픈 공연도 벌어졌다.

학교 교실과 운동장 등에는 학생들이 만든 각종 부스가 마련됐다.

21개 학급별로 한 개씩 만든 부스는 달고나를 만드는 부스에서부터 먹는 화분 만들기, 봉숭아 물들이기, 응곡 공예샵 등에서부터 '감염자를 찾아라', '복작복작 오락실' 등 즐길거리가 가득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없었다. 코로나19 위험으로 3분의 1만 학교에 나오도록 했고, 부스에는 몇몇 학생만이 등교했을 뿐이었다.

나머지 학생들의 모습은 화면 속에 가득했다. 부스별로 마련된 온라인 회의방에는 아이들이 부스 운영학생들을 보고 있었다. 응곡중은 전날 학생들에게 부스별로 참여가능한 키트를 나눠줬고, 학생들은 가정에서 화면을 보며 달고나를 만들고, 봉숭아 물을 들였다.

등교와 하교도 반복됐다. 응곡중은 각 학급 학생을 3개 팀으로 나눠 서로 모든 학생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9시30분부터 10시10분까지 1팀이 등교해 부스를 운영한 뒤 하교하고, 10시30분부터 11시10분까지는 2팀이 등교해 부스를 운영했다.

온라인와 오프라인을 병행한 랜선축제는 학교 내 구성원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학교 공동체 의식을 높였고, 교내 3개 학년의 교육과정 공유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과정의 연결성과 완결성을 갖췄다.

백윤애 교사는 “랜선 축제를 모두가 함께 열 수 있었던 데에는 1학기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원격수업에 대한 면역력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