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은 前 공정선거지원단원

올해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기 전까지 그동안 '선거일'하면 하루 쉬는 날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사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선거지원단원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선거에 대해 무지했지만 무조건 원서를 제출했고, 면접까지 운 좋게 합격했다. 그렇게 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원으로 일할 기회가 생겨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주로 (예비)후보자들의 회계책임자 선임·변경하는 서류 등을 접수하는 업무를 도와줬는데 선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혹시나 일하며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

드디어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이 왔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며칠 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던 어느 날, 현장 지원인력이 부족해 경험 많은 동료와 선거유세 현장에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 업무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사무실로부터 “누가 선거구민에게 밥을 사주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니 긴급히 현장에 출동하라”는 지시가 왔다.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선거와 무관한 단순히 동네 친목행사 자리였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선거업무도 폭증하는 등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에 대해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더구나 올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확산으로 선거 준비뿐 아니라 방역에도 신경 써야만 했다.

사전투표 첫날 공직선거법 관련 안내 문서를 선거사무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사전투표소로 갔다. 그때 나는 자못 놀란 것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투표를 하러 온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투표소 밖에서부터 투표자 간 거리를 두고, 소독제로 손 소독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했다. 물론 마스크는 필수였다. 투표하기 전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투표하러 온 사람들은 많았다.

사전투표뿐만 아니라 선거일 당일 투표율도 높았다. 전국 66.2%라는 높은 투표율로 마감된 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자가격리자'도 지정된 장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참정권이 보장됐고 선거로 인한 단 한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던 선거로 세계가 주목한 방역도 선거도 모범이었다.

자가격리 중임에도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과 거리두기와 열체크, 손 소독에 일회용 장갑을 끼고 투표했던 국민, 선거를 준비했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투·개표사무원에게도 이번 선거는 그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투표는 소중한 나의 권리라고 막연히 알고는 있었다. 몇 개월간 직접 근무했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는지 체험하게 되니, 선거에서의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앞으로 있을 많은 선거에서 '그 한 표를 꼭 행사하라'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