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차 안 쪽잠이 낫다”]
1분1초 쪼개서 배송하는데 …
차 30분거리 쉼터 '그림의 떡'

[지자체 “예산 확보 어려워”]
경기도 '이동노동자 쉼터사업'
설치비 절반·운영비 한시 지원
/연합뉴스

경기도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가 정작 택배 노동자는 접근성 등의 이유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쉼터의 설치비, 운영비 등 적지 않은 예산 탓에 지자체의 부담도 커 조성에도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어쩔 수 없는 차에서 휴식

수원시 이목동에서 사는 택배 노동자 양모(26)씨는 일주일에 72시간 노동한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65시간, 토요일 같은 시간에 시작해 오후 2시까지 7시간 일하는 것이다. 이는 일주일 동안 총 72시간 일하는 것으로 일요일을 제외한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12시간이다.

양씨는 “쉴 시간이 없다”며 “일하는 내내 맡은 양을 전부 처리하기에도 감당이 안 되는 상태다. 정말로 '살인적인 일정'이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오전 7시부터 택배를 운송하기 전인 11시까지 자신이 맡은 상품을 분류 작업한다. 그가 하루에 배송하는 상품은 총 200여개. 양씨는 200여개의 배송물을 분류하고, 오후 5시까지 이목동·정자동·천천동 등 3개 동에 모두 배송한다. 오후 5시 이후부터는 들어온 배송물을 센터에서 허브 터미널로 보낸다.

센터에서 분류 등 작업을 제외한 6시간 동안 200여개의 배송물을 처리해야 하기에, 1시간 동안 30여개를 처리해야 한다. 그가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곳은 이동노동자 쉼터다.

수원시는 지난 2월 택배 노동자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개소했다. 휴식뿐 아니라 노동 관련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쉼터 개소식에 그는 반겼지만, 이내 실망했다. 이목동에서 쉼터가 있는 인계동까지 가는 데 30여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적은 시간 동안 많은 배송물을 처리해야 하는 양씨에게 쉼터는 '그림의 떡'이었다.

양씨는 “쉴 시간도 없지만, 쉴 시간이 있더라도 택배 노동자들은 접근성 탓에 사실상 이용할 수가 없다”며 “이 때문에 길가나 차 안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도내 지자체, 예산 확보 어려워 쉼터 조성은 '후순위'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택배 노동자 등 이동노동자의 휴식 공간 보장을 위해 쉼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원·성남·광주·하남 4곳이 설치했다.

올해 부천·시흥·광명에 이어 포천에서 추가로 신청해 내년 개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마다 쉼터 설치비와 운영비 등 부담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의 공약 사업인데 설치비 절반을 지원하고, 운영비는 한시적으로만 지원한다”며 “당연히 시군 입장에선 예산 확보가 어려운 탓에 공모 신청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비는 도와 시·군에서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운영비의 경우 3년 동안 절반만 지원해 이후부턴 시·군이 전부 부담하게 된다.

안산시의 경우 지난해 도의 공모에 수원 등 4개 지자체와 함께 설치하고자 했으나, 적지 않은 예산 탓에 신청을 취소했다. 고양시와 파주시도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순위를 뒤로 미뤘다.

도 관계자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쉼터 조성사업에 시·군의 참여가 저조한 게 사실”이라며 “다만 희망하는 곳이 있고, 최근 이동노동자의 쉼터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상시적인 수요조사와 홍보 등을 통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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