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최근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에는 장애인주차구역을 일반주차구역으로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지사항을 곳곳에 붙여 놓았다. 모두 32면에 달하는 장애인주차구역의 이용률이 10~20%에 그치고 있지만, 주민들은 차를 댈 곳이 없어 밤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파트 밖 도로에까지 주차하는 실정이어서 텅비어 있는 장애인주차구역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주차구역을 일반 주차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차장 건축물대장을 변경하는 등 절차가 간단하지 않기에 주민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비용문제도 까다롭다. 장애인주차구역 면수와 크기는 구청 조례에 맞게 설정되었기에 일반주차구역으로 변경시 아파트 건설사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입주민들이 내는 관리비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자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문제는 이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구차구역이 장애인 주민 등록차량보다 훨씬 많이 설치돼 있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상당수다. 한 주민은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일 주차난을 겪다 보니 텅빈 장애인 주차공간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장애인 차량을 전수조사한 뒤 그 결과에 맞춰 장애인주차구역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거주자우선주차제와 같이 아파트 장애인주차구역을 거주 장애인의 지정석 형태로 만드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관공서 사정도 비슷하다. 인천시청 종합민원실 주차장(64면) 중 장애인 전용이 10면인데 이용률은 미미하다. 이에 비해 일반인들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뺑뺑 도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주차구역을 효율성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후진국적 발상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장애인은 최우선 배려 대상인 만큼 장애인 주차공간이 남는 것보다 (혹시라도) 모자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장애인주차구역 규모를 효율성•경제성 측면에서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관리소는 “동별로 장애인주차구역 이용 편차가 심해 어떤 동에서는 오히려 장애인 주차공간을 늘려 달라는 민원도 들어온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 모두 논거가 뚜렷해 며칠을 논쟁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본인 또한 이 문제 만큼은 피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