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업체 노동자 불법 시달려…노동경찰 신설 시급
정부 “지방자치법·국제노동기구 협약 어긋나 불가”
도연구원 “지방정부에 근로 감독 권한 위임땐 가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노동경찰제 신설을 놓고 정부와 경기도가 충돌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도의 노동경찰 신설 주장은 현행 지방자치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어긋난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반면 도는 경기연구원의 타당성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방정부가 근로감독권을 갖는 노동경찰 신설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26일 도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7월 노동경찰 신설 추진에 나섰다.

이 지사의 판단은 이렇다.

정부의 근로감독관은 주로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근로감독을 한다. 이 때문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 최저임금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성희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총 1900명(2019년 기준)가량이다. 근로감독관 한 명이 1290개 사업장을 맡는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근로 감독하는 지방정부의 노동경찰 신설이 시급하다고 봤다.

도는 지난해 7월 경기연구원에 노동경찰 신설 타당성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경기연구원은 두 달 뒤 '지방정부에 노동경찰을 신설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정부와 도가 충돌하는 지점은 지방자치법과 ILO 협약 규정의 해석 차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제11조)과 ILO 협약(제81호 제4조)은 근로감독 업무를 중앙정부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도의 노동경찰 신설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방정부의 노동경찰 신설은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이다. ILO 협약 역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근로감독권의 통일성이다. 특정 자치단체에 이를 부여하면 다른 시·도와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치단체마다 인력·예산·소규모 사업장 수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건의는 절대 받아줄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실제로 미국·일본·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도 근로감독권을 중앙정부에 부여한다. 여기에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을 넘겼다가 ILO 권고로 다시 환원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도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지방자치법 제11조에 '법률 외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지방정부가 국가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서다.

쉽게 말해 지방정부가 자치 사무가 아닌 법령에 따른 위임 사무로 근로감독 권한을 행사하면 지방자치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창현·이찬열 전 민주당 국회의원도 지난해 8월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관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도는 이처럼 법을 개정하면 ILO 협약에 어긋나는 문제도 해결된다고 본다.

경기연구원도 '지역 현안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근로감독권한을 가지면 노동현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 관계자는 “정부 주장을 반박하는 법적 논리는 충분하다”며 “고용노동부에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노동경찰 신설을 추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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