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건물 대부분 '언제든 허물 수 있는' 사유재산


총 164개 중 131개 개인·법인 자산 … 타지역 거주자 소유도 상당수
철거된 곳 일부는 투자용 다세대주택으로 바뀌기도 … 보호장치 전무

“10년쯤 전에 주인이 팔고 떠나면서 폐가가 됐어요. 바로 옆에도 2층 집이 있었는데 부모가 세상을 뜨니까 멀리 사는 자식들이 허물어버렸지.”

인천 동구 화평동 주민 이두남(80)씨가 지난달 6일 철제 담장이 둘린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천근대문화유산' 목록에 “목조 2층 건축물로 1층은 상업 용도, 2층은 주거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과 함께 포함된 건물이다. 화평동으로 1980년대 중반 이사 온 이씨는 담장 바로 옆 “언제 지어졌는지도 모르는 옛날 한옥”에 산다. 그는 주변이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술 먹은 사람들이 오거나 불이라도 날까 싶어서 옆집을 내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 164개 가운데 131개(79.9%)가 개인·법인 등 사유재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지정·등록문화재인 10개를 제외하면 별다른 제어 장치도 없이 하루아침에 철거될 수 있는 위기에 몰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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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가 '인천근대문화유산' 210개를 전수조사해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된 164개의 건물 또는 토지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개인이 95개(57.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법인(13개)과 종교단체(14개), 지역주택조합(6개) 등을 포함하면 사유재산으로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은 80%에 육박한다.

인천에선 지자체에 의한 철거가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사유지에 속해 주목받지 못하거나 손 쓸 새도 없이 근대건축물이 사라지는 경우가 잇따른다. 인천일보 조사 결과, 민간이 철거한 31개 가운데 12개 근대문화유산 부지에는 다세대주택이 신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중구 개항장에 있던 근대건축물을 철거한 박모(68)씨는 “5년 전 지인을 통해 매입한 뒤에야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는 건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매각할 생각도 있었지만 상업용지이고 장기적 투자 가치를 고려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려고 철거했다”고 말했다.

거주가 아닌 투자 성격을 지닌 소유는 철거 위험을 키운다. 개인이 소유한 95개 근대문화유산 등기부등본을 분석해보니, 주소지가 인천인 경우는 69개(72.6%)였다.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산곡동 87번지 일대 주택'으로 담겨 특정 소유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25개 건축물 소유자는 다른 지역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에 가까운 개인 소유 근대문화유산은 거주 목적과는 관계가 없는 셈이다. 주소지별로 보면 서울(14개), 경기(7개), 외국(3개), 경북(1개) 등이다.

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근대문화유산을 철거한다고 해도 법적 제재를 할 수가 없다”며 “근대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등록문화재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시 등록문화재 제도가 시행됐지만, 다른 지역을 봐도 일반인 신청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순민·김신영·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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