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 기틀을 닦으며 '한강의 기적'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1•2세대 기업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5개월만이다. 고인은 선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1970년대 이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비며 하이테크 산업 진출을 모색했고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1987년 이병철 창업주 별세 이후 그룹회장에 취임한 고인은 1993년 신경영선언을 통해 초일류 삼성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품질경영, 질경영, 디자인경영 등으로 대도약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남다른 집념으로 삼성을 키웠다. 1987년 1조원이던 시가총액을 2012년 390조원대로 40배나 성장시켰고 총자산 500조원의 외형을 만들었다. 2006년 글로벌 TV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을 따라잡고 스마트폰시장 1위를 달성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20여개 품목의 글로벌 1위를 일궈냈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각종 수사로 홍역도 치렀다.

지난 1월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과 같은 국내 재계의 1세대 창업주 중 LG그룹의 구인회 창업 회장(1969년),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 회장(1987년), SK그룹의 최종현 창업회장(1998년) 등은 모두 1990년대에 별세했다. 또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2001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도 2002년 타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내려 가며 재계를 호령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고가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과 함께 2세대 경영인 중에도 LG그룹의 구자경 명예회장이 지난해 12월 세상을 등졌고, 지난해 4월에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을 닦았던 재계 거목들이 떠나면서 이제 주요 그룹은 재계 3•4세대들이 이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