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아픔 기억 근대유산
문화재청, 시·부평구에 요청
▲지난 6월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인천 부평구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사진제공=부평구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三菱·삼릉)’의 징용 흔적이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역사적 현장인 인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이 보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화재청은 미쓰비시 줄사택이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근대문화유산”이라며 인천시와 부평구에 보존을 요청했다.

24일 인천시와 부평구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협조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보존을 요청하며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소로,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공간으로서 보존·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제강점기 군수기업이었던 미쓰비시제강의 흔적이 남은 곳으로 꼽힌다.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인들의 거주 공간으로, 하나의 건물에 여러 집이 줄지어 늘어선 형태라서 ‘줄사택’이라고 불린다. 1939년 일본 히로나카상공이 지금의 부평공원 자리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사택이 들어섰고, 이를 인수한 미쓰비시중공업이 1942년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로 삼았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수년에 걸쳐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취약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새뜰마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민공동이용시설, 부평2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줄사택 부지에 건립된 것이다. 현재 줄사택 건물은 6동 정도가 남아 있는데 이마저도 공영주차장 조성으로 대부분 철거될 위기에 몰려 있다.

역사적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오르자 부평구는 2017년 줄사택 일부를 매입해 ‘생활사 마을박물관’을 건립하려고 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보존을 요청한 줄사택이 공영주차장 예정 부지에 포함돼 있어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지역주민과 전문가, 구의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