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뒤 사망자 22일까지 총 27명
보건소, 무료접종 기간 불구 한산
질병청 “연관성 미확인…사업 계속”
/연합뉴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도민들 사이에 '독감 백신 포비아(공포증)'가 퍼지면서 보건소를 비롯 병원 등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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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30분 수원 팔달구에 있는 한 병원. 지난 19일부터 만62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접수대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멀찌감치 떨어져 차례를 기다리던 내원객 2명은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에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긴 한 내원객은 직원을 향해 '정말 안전한 게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돌아가신 분들이 생기면서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는 분이 정말 많다”면서 “반면 내원객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19일만 하더라도 60~70명에 가까운 분들이 병원을 찾았으나, 오늘은 20명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인근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의원을 찾아 독감 예방접종 현황을 묻자 “오늘은 1명도 없다”는 직원 대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독감 예방접종'이 적힌 작은 현수막을 돌돌 말아 정리하는 직원도 있었다. 의원 관계자는 “백신 논란이 해결되기 전까지 예방접종을 홍보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고양과 광명시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을 한 도민 1명과 서울시민 1명이 각각 숨지기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역시 서울·성주·인천·임실·창원·춘천시 등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날 오후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총 27명으로 늘어났다.

독감 백신 접종 후 계속해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는 게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며 “백신과 사망 간 인과관계는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역당국은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주장하지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망자가 나오자 도민 불안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하는 병원 인근에서 만난 도민 김모(65)씨는 “정부에서 괜찮다고 하니 맞으려고 하지만 무서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도민 최모(70·여)씨도 “딸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 맞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신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자 도는 예방접종 전 주의사항을 꼭 당부하는 홍보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도 관계자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독감 백신 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고령자 등 건강상 문제가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백신을 맞기 전 꼭 주의사항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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