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20세기 일본의 대표적인 사진작가는 도몬켄(土門拳, 1909~1990)일 것이다. 일본 동북지방 야마가타(山形)현 사카다(酒田)시에 있는 도몬켄 사진 미술관은 그가 별세하기 전 생전에 찍은 7만여 점의 사진들을 고향에 기증함으로써 설립되었다. 사카다시에서는 저명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요(谷口 吉生)에게 설계를 맡기고 생전에 작가와 가까웠던 예술가들의 협력으로 일본 최초의 사진 미술관을 탄생시켰다.

▶도몬켄이라는 일본의 사진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언론계 초년병 시절이었다. 독특하고 특이한 앵글로 찍은 보도사진을 보면서 그의 기념관이 사카다에 있다는 것을 10여년 전에 알게 된 후 여러 차례 찾아가 그가 일생동안 추적했던 '사건의 현장'과 '일본의 미(美)'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7만여 점의 작품 중 몇 점 안되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찍은 사진들은 충격적이었다.

▶1945년 히로시마(8월6일)와 나가사키(8월9일)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신문사 소속의 사진기자들을 중심으로 10여명이 두 도시의 참상을 필름에 담았으나 일본을 점령 통치하고 있던 미군정청은 사진 촬영이나 공개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두 도시에서 20만명 이상이 죽은 처참한 모습이 공개된 것은 미군정이 끝난 1952년 이후였다. 일본에서도 비참한 사진 공개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미국인들은 버섯처럼 피어오르는 연기를 대표적 원폭 사진으로만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달 텍사스 대학에서는 원폭투하 75주년을 맞아 아사히 신문의 사진기자 마츠모토 씨 등 10여 명의 사진가들이 찍은 현장 사진들을 수록한 책자를 발간했다. <섬광과 불기둥>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자를 발행하는 실무를 맡은 대학원생 벤지민 라이트 씨는 1952년 라이프 잡지에서 원폭 특집이 나온 후에 미국에서 나온 최초의 원폭 책자라고 했다.

▶텍사스 대학 미국역사 센터의 돈 칼튼 교수는 원폭 피폭자들의 비참한 모습이 수록된 <섬광의 불기둥>이 75년이 지난 후 원폭 투하를 비판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기는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미국인들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동북아시아의 핵분규가 현실화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75년동안 동서냉전과 함께 세계 도처에서 군사분규가 있었지만 핵무기가 실전에 쓰이지 않은 기적 같은 시대였다. <섬광의 불기둥> 출간과 함께 미국과 러시아 간에는 물론 핵무기 확산이 금지되어 있는 지구촌에서 핵무기 동결과 함께 확산금지가 철저하게 이행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