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재광 국민의힘 평택시갑 당협위원장

어느덧 10월도 중순을 훌쩍 넘기면서 본격적인 단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하지만 잡힐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민심의 한숨 탓일까, 아니면 연일 신문을 도배하는 거짓 공세의 향연 탓일까, 가을(秋)을 더욱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물들여야 할 단풍을 바라보는 단상이 예년 같지 않다.

일찍이 부정과 비리를 일삼던 관리들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그의 대표작인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상류기탁 하류난청'(上流旣濁 下流難淸,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이라며 부패가 범람해 민심이 혼탁했던 당시의 상황을 함의적으로 표현했다.

부패한 '상류' 사람들은 그들만의 스크럼에서 비밀리에 자행되는 추잡한 협잡이 마치 대단한 장고 끝에 나오는 묘수인 마냥 '하류' 사람들을 부추기고 획책한다.

부패한 '상류' 사람들에게 포섭된 '하류' 사람들은 부패한 '상류' 사람들이 바라는 거짓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수족이 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하류' 사람들도 부패한 '상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동일한 스크럼 안에 들어앉고 싶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도, 비대해진 권력은 모순을 낳는다는 역사의 교훈도 이미 부패한 '상류' 사람들과 부패해져버린 '하류' 사람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부패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부패는 자랑일 수 없다. 부패가 자랑일 수 없듯이 거짓 또한 자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너도 나도 부정과 비리, 거짓된 언동을 일삼고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소위 '내진남거'(내가 말하면 진실, 남이 말하면 거짓) 식의 뻔뻔함과 오만함이 극에 달해있다.

그것도 모자라 진실을 덮고 거짓에 또 다른 거짓을 켜켜이 쌓아가며 시커먼 모순 덩어리의 가을산(秋山)을 만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세워놓은 가을산은 단풍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에 흉물스럽기가 그지없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에는 또 다른 가을(秋)이 있다. 비록 몇 해 전 자식의 국적 문제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며 악플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으나,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사과 한마디로 덮어버리는 정치인들의 행태와 비교해 보면 분명 지나친 입방아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또 다른 가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 여파로 '셧다운'된 팀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전원(119명)에게 1000달러(약 118만원)씩을 전하고, 한국 문화 센터 건립 기금을 기부하는 모범적인 성품과 자선활동을 펼치며 경기장 안팎에서 사회에 공헌한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로 선정됐다고 한다.

부패한 관리로 인한 망국적 현실에 대한 개탄은 시대를 초월해 공전을 거듭한다고 해도 단풍이 아닌 거짓으로 물드는 가을, 이역만리에서 훈훈하게 감동이 전해지는 가을, 이 두 가을(秋) 중 어떤 가을 소식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행복해질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