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갑질·호통·막말 키워드 얼룩
자료 요구 자치관련 75%·국가 25%

자치사무 감사, 의회·주민에 맡기고
국감 대상, 국정에 한정해야 목소리

자치분권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지방정부 과잉·중복 감사를 지양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마다 '국회 갑질', '호통국감', '막말', '파행' 등이 국정감사 키워드로 거론되면서 나온 '국감 회의론'이 되풀이되는 상황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국회의 지방정부에 대한 국감를 폐지하자는 포문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자치사무에 대해 국회 국감 권한이 없는데도 감사범위를 벗어난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도 국감을 앞두고 “근거 없는 자치사무 국정감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내년부터 국정감사 자료요구와 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8일 기준 도 상대로 한 국정감사 요구자료는 1920건(행안위 995건, 국토위 648건)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5%인 1440건이 자치사무이며, 국가사무는 25%인 480건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 자료 제출까지 포함하면 최소 2000건이 넘는다.

앞서 경기도청공무원노조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조 등 전국 공무원노조에서 지난달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도 이 맥락이다.

이미 지방자치법에 따라 국정감사 대상이 아닌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각 지방의회가 해마다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41조는 '지방의회는 매년 1회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해 시·도에서는 14일 범위에서, 시·군 및 자치구에서는 9일 범위에서 감사를 실시'한다고 명시, 지방의회의 행정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도 국감 질의과정에서도 국비 지원사업 점검이 아닌 자치사무에 집중되거나 상임위 소관 업무 범위를 넘어섰다. '도지사 법인카드 내용과 비서실 크기 변동사항' 자료 제출 요구, 해외 광고 홍보 여부 적절성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논란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국가위임사무와 자치사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원칙적으로 자치사무는 국감 대상이 아니지만 예외조항에 따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 사업으로 인정하면 감사 대상이 된다.

결국 자치사무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어서 원칙적으로 국감 대상이 아닌 자치사무가 감사 대상으로 바뀌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지역화폐가 있다. 도내 지방정부의 자체 사업이지만 일부 국비 지원이 있는 탓에 감사 대상으로 인정받는다.

이때문에 이 지사의 언급처럼 지방정부 국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지사의 언급은 감사범위나 규칙을 명확히 하자는 풀이된다.

핵심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보장해주면서 과도한 중복 감사를 줄여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감사는 지방의회나 별도의 감사위원회, 주민참여 감사제도 등을 통해 강력하게 감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국회의 국정감사는 본 취지에 맞게 '국정'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연구원은 2017년 '지방자치단체 감사제도에 관한 주요 이슈 분석'과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 개선방안' 등의 보고서를 통해해 “지자체 감사제도 연구는 지방행정 강화를 같이 고려해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감사원의 외부 감사를 강화하고 별도의 감사관제나 주민 직선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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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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