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국감대상 아니지만 국비 지원이면 인정…경계 모호
전문가 “국회·지방정부 다 일리” “권한·책임 명확한 규정이 우선”

해마다 반복되는 지방사무 국정감사 논란은 '어디까지를 정부 예산 지원 사업'으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나온다. 원칙적으로 지방사무는 국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국비를 지원받는다면 감사 대상으로 인정되는 등 경계가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가위임사무와 지방사무 경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임정빈 성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감에 대한 국회와 지방정부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 사실 이론적으로 국가위임사무와 지방사무를 나눌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기에 정확한 기준선을 마련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방사무가 워낙 방대한 만큼 국회에서 이를 모두 다루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역할은 본래 지방의회가 하는 것이다. 최근 지방의회 역시 충분히 능력을 키워가고 있어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합리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한 사업 등을 범위로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사무 중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데 있다. 국회는 국비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지방정부는 국회가 지방의회 역할까지 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이중감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유관희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도대체 국회가 행감에서 다루는 내용의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미 행감을 통해 충분한 감사를 받고 있기에 국감에선 오직 국비지원사업 등에 대한 논의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감을 둘러싼 국회와 지방정부의 실랑이가 매년 반복되자 전문가들은 명확한 제도 개선으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한국행정학회는 2017년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앙·지방정부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가가 거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독점하는 현재의 국정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독립적으로 자율적인 규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지방사무에 대한 감사는 지방의회나 별도의 감사위원회, 주민참여 감사제도 등을 통해 강력하게 감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국회의 국정감사는 본래 취지에 맞게 '국정'에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일섭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도 “원칙에 따라 국회가 지방사무에 관여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특히 불필요한 자료 요청 등으로 행정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있기에 자료 요구를 최대한 자제하려는 국회의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이어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방의회 역할이 계속해서 축소된다면 이 역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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