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대해 대개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인 정도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갑작스레 전 국민들의 삶을 덮친 IMF 외환위기는 정상적으로 일상을 꾸려가던 이들도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누구나 언제라도 노숙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책은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이다. 정부는 탈(脫) 노숙 사업을 지자체에만 맡겨놓고 예산지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의 노숙인 대책도 지금까지는 격리나 보호 수준에 머물러 왔다. 자립을 유도해 사회로 복귀시키는 지원보다는 관련 시설 입소 등에 그쳤다. 이런 현실에서 수원다시서기종합센터의 주거 안정 뒤 자립 유도라는 탈(脫) 노숙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인간 생활의 기본인 '주거권'이 박탈된 문제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자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사업 실패 후 거리로 내몰린 한 노숙인의 재기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수원다시서기센터의 도움으로 일시적인 잠자리가 있는 시설에 입소했다. 피부질환 등으로 여러명이 합숙하는 공간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수원시의 임지주거지원사업 덕분으로 독자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사업은 매달 30만원씩 최대 4개월간 지원해 고시원이나 원룸 공간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시나마 주거가 안정되자 다시 일을 손에 잡을 수 있게 됐고 나아가 LH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에도 지원해 장기적인 주거 공간까지 마련한 것이다.

노숙인이 불안정한 가장 큰 요인이 주거이므로 이 문제를 해소한 뒤 취업지원 등의 단계로 나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98명의 임시주거지원 지원자 중 40%가 장기적 주거 유지에 성공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울시도 15∼30㎡ 수준의 원룸형 연립주택을 제공하는 노숙인 지원에 나섰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처방도 선 주거권 회복에 방점이 찍혀있다. 핀란드 등 외국에서도 노숙인 문제의 핵심을 '주거 상실'로 지목하고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노숙인은 주거권을 상실한 최하위 취약계층이다. 주거권 회복은 심리적 안정을 부여하고 이는 재기의 발판이 된다. 수용이나 보호에 초점을 맞춘 기존 노숙자 시설을 주택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