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근 통일민주협의회 공동대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경제난 이후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국가배급제의 붕괴로 생존의 위협과 일상의 파괴라는 총체적인 사회 변화와 함께 가장 주목되는 것이 시장화이다. 북한의 ‘시장화’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의식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면서 대내외적 상황인식과 가치의식의 변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까지 약 3만 4천여명의 북한이탈주민(북향민)들은 대부분 고난의 행군에 대한 경험이 있고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증언과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낮설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북한이탈주민(북향민)들의 모습에 가려진 ‘북한에서의 생활’이라는 실체 속의 그림자와 함께 선입관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 지난 70여년 동안 분단시대의 냉전사고에 지배당하며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남북한 주민의 사고와 삶의 방식 사이에 사회문화적 장벽이 만들어졌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북 분단과 사회문화적 단절로 인한 이질적인 생활은 물적 환경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문화의 이질화에도 깊이 관련되어 왔다. 따라서 남북한 모두 이 장벽과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남북 사이의 생활문화 차이가 통일과정에서 사회통합의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북한주민의 일상생활세계와 생활문화 이해를 통해 사회문화의 통합과 교류를 통한 문화의 동질성 회복을 통해 진정한 ‘하나’가 되는 과제를 풀어가야 할 때다. 그리고 북한을 과거의 모습에만 집착하며 극단적 입장이 아닌,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통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의 통합을 뜻하는 다차원적 개념이다. 따라서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되고 남북 주민 모두의 일상생활의 의미를 다루는 수준까지 확장하여 남북의 일상생활 문화가 공유 확산되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 연구가 이데올로기와 정부의 공식적인 담론의 기초 위에 북한을 비판할 목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또 남북의 정치적 관계, 경제문제, 군사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며 북한의 사회변화를 파악하는 경향이 짙어 왔다. 이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를 보완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북한 사회에 대한 일상생활 연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고, 일상생활이란 화두 속에 북한사회의 다양한 색채와 질감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며 북한이탈주민(북향민)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사회를 창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는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자 동시에 지배와 저항의 숨은 공간을 탐구하는 의미와 함께 북한의 미래를 예측하며 평화적 통일과정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한 통일과정을 이루어가기 위해 남북한 사회문화 통합의 기초가 되는 일상생활세계와 생활문화 연구에 새롭게 접근해 가는 시도가 필요한 때다. 동시에 북한의 일상생활 속의 생활문화 이해를 기초로 한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한 정책과 사업을 구체적으로 펼쳐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북한의 일상생활과 생활문화 이해 증진을 통해 남북한 공동체 의식제고에 기여하는 기회의 장이 열려지기를 희망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