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교생 이어 전북서도 발생
일부 의원 예약취소 발생하기도
사후 후유증 우려 등 불안감 가중
전문가 “공포심 갖기 일러” 조언

“아이가 어려서 독감 주사를 안 맞게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인천 고등학생에 이어 전북 고창에서도 70대 노인이 독감 백신주사를 맞은 이후 사망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소견에서 고등학생 사망과 백신의 관련성은 적다고 발표했지만 백신 상온 노출 사고에 사망 사례까지 발생하자 독감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20일 오전 인천 한 가정의원에는 독감 접종 예약을 했던 이들이 취소를 요청하는 전화가 이어졌다. 예약 취소 비율은 20~30%로 높진 않지만 의원 관계자는 “전날 사고 소식이 알려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평구 한 의원에는 평소 독감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는 부모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날 오전에는 60~70대 고령 어르신들만 눈에 띄었다. 무료 접종을 하러 왔다는 A(75)씨는 “어제 독감 주사 사망 뉴스를 보긴 했지만 국가에서 해주는 접종은 시기가 지나면 못할 것 같아 일단 나왔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은 되지만 아직 사망 원인이 독감 백신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미 독감 백신 접종을 마친 부모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 온라인 맘카페에는 “아이들을 포함해 온 가족이 독감 접종을 했는데 사망사고 기사가 나오니 무섭다”며 “후유증이나 혹시 모를 사고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일부 부모들은 무료 백신의 안전성이 의심된다며 유료 접종을 택하고 있다. 수입산 백신이 있는 병원을 찾거나 휴대폰 '예방접종도우미' 앱을 통해 이미 맞은 백신의 종류를 확인했다는 글도 게시됐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과 사망사고의 인과관계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백신을 접종하는 인원이 2000만명이 넘어가는 가운데 사고는 백신과 무관하게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있으니 공포심을 갖기는 이르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등학생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미추홀경찰서는 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하고 병원 진료기록 등을 확보해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