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 - 부안군 '반계수록 …' 전시
내년 2월28일까지 30여종 유물 등 공개
공공·공정 화두 국가 기획 의미 되새겨
실학박물관과 전남 부안군이 반계수록 저술 350주년, 간행 250주년을 맞아 기획전 '반계수록, 공정한 나라를 기획하다'를 공동 개최한다. 19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실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공정한 세상이 이슈가 되고 있는 오늘날 중요한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계수록'은 실학의 학문사조를 개척한 학자로 손꼽히는 반계 유형원(磻溪 柳馨遠, 1622~1673)의 대표 저술로, 국가 전반의 개혁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선 후기 지식인이었던 유형원은 사욕에 의한 법과 제도 운영을 문제로 지적하고, 19년 동안 나라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안을 집필했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30여종의 유물과 2종의 영상을 공개한다. 특히 '반계수록'이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상황을 기록한 유발(유형원의 증손)의 편지 2통도 최초 공개한다.

전시는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청백리의 후손, 집안의 불행과 국가의 치욕을 겪다' 섹션에서는 유형원의 삶의 궤적을 다룬다. 그는 2살 때 아버지를 정쟁으로 잃고, 소년기에 병자호란의 전란을 겪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국가적 치욕은 소년 유형원을 각성하게 했으며 책임의식을 높였다. 왜 나라가 치욕을 겪고, 백성의 재앙은 그치지 않는가? 그가 가졌던 문제의식이 반계수록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다.

두 번째 섹션, '개혁의 땅, 부안에서 필생의 역작을 쓰다'에서는 유형원의 학문공간을 연출했다. 반계서당이 위치한 부안군은 남도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을 자랑한다. 유형원이 바라보았던 이 공간을 전시에서는 영상으로 연출했다. 평생 그를 괴롭혔던 폐병의 치유와 젊은 시절부터 꿈꾸었던 폐해의 개혁을 구상한 지역으로 부안을 표현했다. 이곳 부안에서 유형원은 반계수록을 집필해 49세에 완성했다.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형원은 52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이어 세번째 섹션인 '공정한 나라를 기획하다'에서는 19년에 걸친 유형원 필생의 역작인 반계수록 구성을 살핀다. 유형원은 나라가 쇠약해진 원인이 사욕에 의한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국가의 공공성 회복이야 말로 근원적이고 긴급한 과제였다. 그 처방전이 바로 '반계수록'이었다. 토지사유를 비판하고 대안으로 공전公田 제도를 제시했고, 나아가 과거와 교육, 관직제도, 녹봉제, 군현제 등의 전반적인 국가개혁 담론을 주장했다.

마지막 섹션 '100년의 기다림, 당파를 뛰어넘어 실학을 일으키다'에서는 유형원 사후 반계수록이 국가에서 쓰일 경세서로 인정받는 과정을 다뤘다. 사후 100여년이 걸린 재평가의 작업에서 특별한 점은 유형원의 개혁안이 국왕인 영조와 정조를 비롯해 당파를 넘어 모두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이후 100여 년만에 임금의 명으로 간행돼 당대의 대표적인 경세의 저술로 공인됐다. 유형원은 '국가의 공공성'과 '제도의 공정성'을 참작해 창의적으로 제도를 마련할 것을 후세에 전한다. 국가의 공공성은 국가의 존립 근거이며, 제도의 공정성은 국가가 제 구실을 하고 공동체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한 요소이다. 유형원이 '공공'과 '공정'을 화두로 조선이란 나라를 새롭게 기획한 의미를 이번 전시를 통해 되새길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