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유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에서 방탄소년단(BTS)이 부른 를 수많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로 함께 열창하였다.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할 수가 있었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

1970년대에 팝송의 가사 의미도 잘 모르면서 따라 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 영어 팝송을 불러야만 지식계층의 젊은이 대열에 합류하던 때이다. 이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지난 10월 10일과 11일, 방탄소년단은 온라인콘서트 'BTS MAP OF THE SOUL ON:E'을 개최했다. 전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99만3000여명이 이 공연에 참여하였다. 모두 23곡을 불렀는데 <다이너마이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어 가사로 만든 노래들이다. 이들은 한국어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한국에 유학온 외국인 학생 수는 지난해에 16만명에 이르며 다문화 인구는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에 포함시킨 나라가 30여국에 이르고 있다. 이들 나라 중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의 현지 학교에 우수한 한국어 교원을 파견하여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방향 제시 및 한국어 보급 확대를 위한 것으로 한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평가하여 그 결과를 국내 대학 유학 및 취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1997년 외국인 2274명이던 응시 인원은 지난해까지 누적 응시자 수가 254만1000여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어와 한국문화로 세계와 소통하는 세종학당은 2012년 첫걸음을 시작하여 2020년 현재 76개국에 213개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국외적으로 한국어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어 화자인 우리는 어떠한가? 00고등학교 2학년 영어 중간고사에서 'caterpillar'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문제를 출제한 결과 학생들의 답안 중 '애벌래, 에벌레, 에벌래'로 쓴 경우가 있었다. 영어 교사들은 정답 처리에 대한 회의를 열었고 결국 맞춤법이 틀린 것을 모두 맞게 한 사실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매우 막강해 우리 언어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공용어화 바람마저 불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은 국제화란 명분으로 무분별한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 그리고 매체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시청률에 몰입하여 저속한 표현이나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표현, 어법에 맞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 공간에서 어법을 무시한 발음상의 '쓰기 문화'가 10~20대 계층에 일반화되면서 국어 규범을 파괴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어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한국어를 사용하려는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21세기 한류 문화의 확산에 따라 한국어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한국어를 보급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국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언어 가치관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의식 전환 운동은 바로 '나'부터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식을 일깨우고 바람직한 언어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지름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