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수면 사용' 허가도 받지 않고 10년 가까이 기흥저수지 15만㎡를 조정경기장으로 사용했다가 과태료까지 물게 될 처지라고 한다. 같은 수면을 이용하는 민간업체는 매년 농어촌공사에 수천만원씩의 사용료를 꼬박꼬박 물고 있는 것과는 한참 대조적이다. 장기 무단사용이 뒤늦게 드러났지만 책임 주체도 없다. 이제야 그간 왜 저수지를 무단으로 사용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수억원에 이르는 무단사용료를 놓고는 관리자인 용인시와 시설 사용자인 용인시조정협회가 서로 '네 탓' 공방이라고 한다.

용인시는 2011년 용인 기흥저수지 일대에 310억원(시비 238억원, 도비 38억, 국비 34억)을 들여 3개 동 규모의 조정경기장을 만들었다. 2011년 경기도에서 열린 전국체전 조정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체전 이후에도 협회 선수 40여명이 이곳에서 연습을 하고 현재도 조정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저수지 수면을 사용하려면 관리자인 농어촌공사에 '목적 외 사용 승인'이 필요한데도 이런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수질 오염이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목적외 수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흥저수지는 조정훈련이나 대최 개최, 체험행사 등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용인시조정협회는 2013년부터 시민 대상의 조정 체험•레슨 행사를 벌였다. 지난해 8월에는 조정장 인근에서 고교 선수가 훈련 중 물에 빠져 숨진 사고도 발생했다.

인근 민간업체가 매년 내는 수면 사용료를 감안하면 이 조정경기장의 수면 사용료는 연간 4250만원, 9년치 3억8250만원에 이른다. 특히 무단사용이 적발되면 기존 사용료의 120%를 부과할 수 있어 더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단사용료 부담 여부에 앞서 어떻게 지방정부의 행정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 와서 용인시와 조정협회는 서로 책임을 미룬다고 한다. 저수지 관리주체인 농어촌공사도 마찬가지다. 민간업체가 수면을 무단사용했다면 9년간이나 그냥 넘어갔겠는가. 국민의 위임을 받은 지방정부와 공기업이 하는 일 모양새가 배추장수 장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