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근대 건축물들이 수난을 겪는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보존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진다. 여기에 철거 위기에 놓인 근대 건축물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처럼 악순환를 거듭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인천시가 근대 우수 건축물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턱대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정해 놓고 사후 관리엔 소홀하다는 얘기다. 관계 공무원들의 '역사 인식'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부 사례를 보면 아주 황당하다. 보전 대상이자 근대문화유산인 건물이 없어졌다가 다시 생긴 일이다. 공영주차장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건물들이 수년 뒤 '문서상'으로 부활했다. 연유는 이렇다. 2016년 인천시가 군·구 실태조사로 정리한 '인천근대문화유산' 210개 목록엔 중구 관동2가 철거 건물 2동이 들어 있다. '현재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음', '원형이 잘 보전돼 있음'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지자체가 허문 지 7년 지난 시점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실체도 없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본보가 지난 8월 중순부터 2개월에 걸쳐 근대문화유산 210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46개(21.9%)가 자취를 감춘 상태다. 건물이 사라진 자리엔 주차장이 들어섰고, 임대 수익을 노린 다세대주택이 솟았다. 개발 예정지로 분류돼 공터로 변했거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건축물도 존재한다. 관동2가 사례처럼 실태조사를 벌이기 수년 전에 허물어졌는데도, 근대문화유산에 포함된 건물도 상당수다.

인천엔 가뜩이나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 때 집중포화로 남은 근대건축물이 별로 없다. 아쉬움은 크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건축물들은 잘 보존해 후대에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비록 일제 강점기에 주로 지었어도, 인천의 역사를 보여주기엔 부족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근대건축물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의 '도시재생'은 장소성을 훼손하고, 역사를 단절시킬 수밖에 없다.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인식하고, 체계적인 보존·활용 계획을 세워 인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지 않겠는가. 3년 전 80년 넘은 국내 최초의 비누공장 건물을 철거해 주차장으로 바꾼 사례의 전철을 밟으면 안된다.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