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기 전 누군가는 기록 남겨야죠”
“사라져 가기 전 누군가는 기록 남겨야죠”
  • 박혜림
  • 승인 2020.10.19 17:58
  • 수정 2020.10.19 17:58
  • 2020.10.20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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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공공주택지구 개발 앞두고
대야미 대감마을 보존 나서
보상문제 예민해진 주민들
일일히 설득 끝에 구술 등 채록

마을가옥 실측 도면으로 남기고
농경사회 형태 주거·양식도 기록
▲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윤경숙 대표와 차주협 대표가 대야미 대감마을 실측 도면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구 27만명이 살고 있는 군포시. 대규모 물류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군포시에는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아온 이들이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대야미 대감마을'로 부른다. 둔대리에 위치한 '대야미 대감마을'은 농경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군포에 마지막 남은 '시골' 마을이다. 대야미라는 지명은 주변에 큰 논배미(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의 하나하나의 구역)가 있어 지어졌다. 그러나 '대야미 대감마을'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군포시가 둔대리 일대를 공공주택지구로 선정하면서 개발 공사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야미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대야미 마을기록 보존'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대야미 마을기록을 맡고 있는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윤경숙 대표와 차주협 소장을 지난 7일 만났다.

“처음 대야미를 방문했을 땐 도시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마치 타임캡슐인 듯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어요. 대야미 마을기록 보존사업 제의가 들어 왔을 때 아름다운 농촌 마을의 사계절을 기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이들은 기록에 앞서 난관들과 맞닥뜨려야 했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보상 문제로 예민해진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마을 기록에 있어 주인공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지역민들의 삶 가까이에 보다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윤 대표와 차 건축가는 마을 문턱이 닳도록 마을을 드나들었다. 농사일을 거드는 것은 물론, 마을의 경조사에는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지역민들의 마음도 차츰 열렸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이 마을이 청송 심씨와 광성 김씨의 집성촌으로 대개의 주민이 가까운 친인척 관계였다. 이들은 벼나 보리, 포도 등과 같은 농사를 품앗이 형태로 지으며 씨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대야미 마을에 왔을 때 가장 주목한 것은 핵가족화가 된 현대사회에서 씨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들의 삶의 양식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꼼꼼히 기록해 나갔어요.”

오래 전부터 둔대리 일대에서 농악대가 활발하게 활동해 온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지역의 오랜 전통문화였던 농악 문화를 발견하게 된 것 역시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얻은 구술 채록과 어르신께서 손수 남겨놓은 자필 기록이 바탕이 됐다.

“대야미 지역에 오래전부터 둔대 농악대가 자리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죠. 지역 어르신께서 남겨놓으신 기록이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추수를 마치고 지역 어르신들의 농악대가 마을을 활보합니다. 덕분에 둔대 농악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는 오늘날의 주거 양식과 다른 대감마을의 개량 한옥들은 건축가 출신의 윤 대표와 차 건축가에 눈에도 들어왔다.

“500년을 지켜온 마을답게 가옥 양식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70~80년대 한옥 형태를 편의에 따라 현대식으로 개조해 온 모습이 독특해 기록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죠. 저희가 건축가인 점을 십분 활용해 사진이나 영상은 물론 실측 도면으로 기록을 남기는 작업도 해오고 있습니다.”

윤 대표와 차 건축가는 올해 12월 기록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기록 작업은 구술 채록을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작업이 동반된다.

또 대야미 마을 가옥들의 실측 도면을 남겨 이들이 살았던 주거 형태와 삶의 양식들도 기록된다.

“주민들의 생애에 대한 구술채록사업인 '대야미 사람들', 대야미의 명소 등을 담은 영상기록물 '대야미 감각', 주민참여 마을행사 사업인 '대야미를 기억하는 법' 등의 형태로 기록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역사박물관도 지어지게 될 겁니다. 기록이란 작업은 공유가 주된 목적입니다. 사라져 가기 전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하지요.”

/글·사진=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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