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노인정 이전해 원래 자리에” 주장에 '천정부지' 뛴 비용 고려 중단

동두천시가 임금에게 물을 공급하던 향토 유적 어수정(우물) 복원사업을 추진하다 끝내 포기했다.

어수정 복원을 두고 시와 시의회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19일 시에 따르면 시의회가 지난해 12월18일 제2차 정례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어수정 복원을 제안했다.

어수정은 임금에게 물을 떠다 주던 우물로 역사 가치가 크다.

조선시대 함흥을 가던 태조(이성계)가 함흥을 동두천 어수정에 들러 마신 일화로 유명하다.

현재 생연동 601-80 일대 33㎡ 부지에 터가 남아 있다. 관련 자료가 벽면 현판으로도 존재한다.

이에 최용덕 시장은 올 1월 어수정 복원사업을 지시했다.

향토 유적인 어수정을 복원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지붕 없는 박물관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시민을 위한 정자도 만들 계획이었다.

시는 총 사업비 1억2000만원을 들여 지난 2월부터 복원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어수정 복원터에 노인정이 있어서다. 시는 노인정을 당장 이전하기 어렵다고 보고 인근 빈집에 역사적 상징성을 담은 어수정을 복원할 생각이었다.

반면 시의회는 노인정을 다른 장소로 이전·신축해서라도 과거 흔적이 남은 바로 그 자리에다 복원하자고 했다.

정계숙 시의원은 “어수정을 문화재로 등록·보전하려면 완벽하게 복원해야 맞다”며 “인근 장소에 하지 말고 경로당 밑 우물터에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인정 이용자들도 '현 건물이 낡고 좁다. 때마침 어수정 복원을 하니 노인정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노인정 이전 부지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노인정 신축 뒤 고증·발굴까지 하면 23억73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심하던 시는 최근 어수정 복원사업을 중단했다.

시 관계자는 “당초 어수정은 현 경로당과 가까운 장소에다 유래·역사 일화를 담아 이야기형 휴식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시의회 요구처럼 경로당을 이전·신축한 뒤 역사 고증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일단 복원사업을 멈춘 뒤 향후 재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선 여주시와 연천군이 어수정을 복원했다. 여주는 조선시대 단종이, 연천은 고려시대 왕건이 물을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