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곤 인천 옹진군의회 의원

대광호(안강망) 피해틀 수 4개, 영복호(복합) 피해틀 수 5개, 결성2호(통발) 피해틀 수 1개….

최근 중국어선들에 의한 불법 어망 훼손 피해를 당한 백령도 어민들이 수십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잖아도 우리 바다에 불법으로 들어와 어족을 싹쓸이해가는 바람에 고통받고 있는 백령 어민들이 마지막 생계수단인 어망까지 훼손당하며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영세 어민들은 수확은커녕 빚으로 장만한 그물까지 망가지는 바람에 2~3중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먹고 살 방도가 고기잡이밖에 없는 백령 어민들이 무슨 죄가 있나요?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묵묵히 지키며 후대에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백령도를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섬 주민들은 어찌하여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가요? 대체 우리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 건가요?”

백령도를 선산처럼 지키고 사는 백령 어민들은 그동안 중국 불법어선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어 왔다. 중국어선들이 휩쓸고 지나간 바다는 식욕이 왕성한 메뚜기떼가 지나간 논처럼 작은 물고기 하나 남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 어망까지 훼손하며 어업을 방해하고 있다.

백령 어민들은 '제발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수없이 애원하고 제안하고 못 살겠다며 눈물도 흘렸지만 정부는 마이동풍 격이다. 우리 영해에 뿌려 놓은 그물 하나 보호해 주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백령 어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백령면 연지어촌계원들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공들여 그물과 통발을 쳐놓은 뒤 다음날 가보면 어김없이 중국어선들에 의해 찢겨지고 끊어진 그물과 통발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실정이다.

백령 주민들은 교통, 교육, 의료, 문화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따금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닥치면 북한의 위협이 있을까 잠을 못 이룬 채 뜬눈으로 공포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내일을 평화로워지겠지. 내일은 고기를 더 잡을 수 있겠지' 자위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해왔다. 평화의 내일을 기대하며 참고 견디고 살아온 지난 시절이 어쩌면 바보스러운 백령 주민들의 자화상이다. 차라리 어민들이 직접 나서 중국어선들을 내쫓았다면 중국어선들로 인한 피해는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괴감이 드는 게 현실이다.

백령도의 어업은 유일하고 절절한 생존의 문제이다. 가족의 밥그릇과 자식들 교육비가 중국어선들로 인해 줄줄 새는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백령 어민들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는지. 중국어선들의 도둑질과 강도질을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는지.

집 짓는 것도 군당국과 협의 없이는 안되고 고도제한에 묶여 건축물 층수 기준에 맞춰야 하는 현실. 야간조업은 언감생심이고 해안가 출입도 통제되는 수십 년의 '섬 감옥' 생활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고 눈물 짓는다.

이런 중차대한 일들은 접어두고서라도 중국어선의 불법 행위에 단호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세월만 허비하는 것을 바라보는 어민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금이라도 어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간절히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