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경기동부취재본부 부장

우리 사회가 빠르게 언택트(Untact, 비대면)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배달 물량이 폭증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과로로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열악한 근로 환경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성남지역 플랫폼 노동자 노동실태조사 결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7∼8월 성남지역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음식 배달 라이더(6.4일), 퀵서비스 라이더(6.0일), 대리운전 기사(6.4일) 모두 1주일에 6일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턱없이 부족한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밖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 종사자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 라이더 154명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라이더는 6명(3.9%)에 불과했다. 퀵서비스 라이더는 157명 중 4.5%인 7명만이 고용보험에 든 것으로 조사됐다. 대리운전 기사(조사대상 162명)는 16.0%, 가사도우미(조사대상 44명)는 22.7%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보였다.

산재보험 가입률도 대리운전 기사 13.6%, 가사도우미 13.6%, 음식 배달 라이더 14.9%, 퀵서비스 라이더 20.4% 등으로 낮았다.

하지만 일부 정치·경제권에서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입되는 노동 유연화는 고용조건을 강화해 플랫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더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법예고를 끝낸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조례안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등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노동자까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다. 일하는 시민은 노동관계법에 따른 노동자를 비롯해 고용상의 지위 또는 계약 형태에 상관없이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조례안은 일하는 시민의 노동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시책사업을 개발해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보험가입 지원, 노동권익위원회와 일하는 시민 지원기금 설치 등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례안은 다음달 열릴 예정인 성남시의회 임시회에 제출된다.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협약은 배달플랫폼 노동계약의 균형과 투명성, 그리고 배달 노동자의 안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배달플랫폼 기업, 민주노총 라이더 유니언, 공익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 끌어낸 협약이라 주목된다.

플랫폼 기업은 배달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자는 기업의 경영상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 상생 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