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모 목사, 수개월 노숙 미국인 정착 도와
수원 예비사회적기업에 새둥지 … 난민 재신청
▲ 오디디(ODD·가명·45)씨. /사진제공=이준모 목사

 

“미국에서 한국으로 난민 신청을 한 오디디가 잘 살기를 기도합니다. ”

노숙인 보호 사업을 펼치는 이준모 인천 내일을여는집 목사는 18일 3개월 전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미국인 노숙인인 오디디(ODD·가명·45)씨를 처음 만났다. 여느 거리 노숙인과 행색은 같았지만 영어를 하는 건 다른 노숙인과 달랐다.

미국인인 그는 올해 2월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개월 동안 노숙 생활을 해오다 쫓겨났다. 이후 안전한 한국에서 정착하고자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았고, 그때부터 그는 그곳에서 터를 잡았다. 그는 난민 심사에서 기각된 후 수 개월 동안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앞 정자에서 노숙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오디디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목사 등 지역사회는 팔을 걷어붙였다. 이 목사는 자신처럼 노숙인의 사회적 자립을 돕고 있는 경기도 수원의 홍주민 목사에게 오디디씨의 사연을 알렸고, 오랜 설득 끝에 그는 홍 목사가 일하는 예비사회적기업 'YD 케밥하우스'에서 머무르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케밥을 쥐어 들며 “얼마 만에 얻은 안식인가”라고 말한 그는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YD 케밥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수원역에서 노숙인들에게 케밥을 나눠주며 오디디씨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시인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최근 자신이 쓴 시집도 건네줄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 목사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오디디씨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배고픔과 추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도록 시민 모두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오디디씨는 최근 난민 재신청을 했습니다. 심사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데 우리나라 난민 관련 법에 따라 육체노동에 관해서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OECD 국가인 우리나라도 난민에게 육체노동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을 통해 적절한 노동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바뀌길 바랍니다. ”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