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구 훼손·분실 사례 잇따라
EEZ 인근 출몰도 80% 급증
생존·재산권 보호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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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들이 밤만 되면 통발을 가져가거나 훼손해 조업을 못 하고 있어요. 우리 어민들은 어떻게 살라고 그러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40년 동안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김모(61)씨는 최근 중국 어선들이 바다에 놓은 통발 6틀을 가져가면서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 틀을 사는데 150만∼2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김씨는 지난달 육지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리는 어장에 통발을 설치했다. 통발을 설치한 지 며칠 있다가 통발 5틀을 분실했고, 최근 30분 거리에 통발을 다시 설치했지만 2틀이 또 사라졌다.

그는 “가을만 되면 중국 어선들이 등장해 어구를 훼손하거나 가져간다”며 “지난해엔 한 차례에 그쳐 그냥 넘어갔는데 올해는 연일 어민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해 서해5도 어민들의 어구가 훼손되거나 분실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8일 옹진군에 따르면 한 달여 간 백령도 어민들의 어구 약 65틀이 훼손되거나 분실됐다. 첫 피해가 일어난 지난달엔 45틀, 2차 피해가 일어난 이달엔 20여틀이 훼손·분실됐다. 여기에 아직까지 피해가 계속 일어나고 있어 3차 피해 집계도 진행 중이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어민들은 올해 북방한계선 인근 중국 어선들의 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밤만 되면 서해5도 어장을 침범해 어구를 훼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신문 백령도 연지어촌계장은 “전날 낮에는 멀쩡했던 어구가 밤이 지나고 나면 훼손되거나 분실돼 있다”며 “중국 어선들이 밤에 출몰하는데 우린 밤에 나갈 수 없다 보니 현장을 지킬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서도 불법 중국 어선이 급증하자 해경은 공용화기를 사용하기로 하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이달 들어 서해 EEZ 인근 해상에 출몰한 불법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360척으로 지난달 199척에 비해 80%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민들 피해가 커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생존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남곤 옹진군의원은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차일피일 세월만 허비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어민들의 상실감은 말로 헤아릴 수 없다”며 “어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피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어민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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