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안산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첫 환자 발생 이후 127일만에 유치원 원장 등 6명을 검찰에 넘겼다.

18일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상, 위계공무집행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유치원 원장 A씨를 비롯한 유치원 측 4명과 식자재 납품업체 관계자 2명을 지난 16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와 조리사, 영양사 등 3명은 구속 송치됐다.

A씨 등은 유치원에서 원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면서 식자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집단 식중독 사태를 유발해 원생과 가족 등 97명에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유치원 내부에서 식중독균인 장 출혈성 대장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유치원 내부에서 식중독균이 증식해 원생들을 감염시킨 것 외에는 다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경찰은 환자가 처음 발생한 6월12일 이 유치원에서 점심으로 제공한 소고기를 이틀 전에 납품받은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 소고기에 묻어있던 식중독균이 다른 식자재나 조리도구에 옮겨가 원생들의 감염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현재 질병 관리청) 등으로 꾸려진 정부 합동 역학조사단의 조사결과도 경찰 판단의 근거가 됐다.

역학조사단은 유치원의 냉장고 하부 서랍 칸 온도가 적정 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아 식자재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조사결과를 내놨다. 식중독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이다.

A씨를 비롯한 유치원 관계자들은 지난 6월16일 당국의 역학조사를 앞두고 보존식 미보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존식을 당일 새로 만들어 채워 넣어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치원 등 집단급식소는 식중독 사고에 대비해 조리·제공한 식품의 1인분(보존식)을 144시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이에 이 유치원은 역학조사가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월10일, 11일, 12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15일까지 4일 치 보존식 20여 건을 보관해야 하지만 대부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치원에서는 올해 6월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과 가족 등 10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들 중 15명은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고 투석 치료까지 받았다.

/안산=안병선 기자 bs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