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아파트값이 급등을 멈추고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전세는 매물 구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전세 난민 처지인 임차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임차인들은 집 걱정을 덜었지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오른 전셋값에 질식할 상태다.

 

▲서울은 전세 실종 … 가격 폭등에 '전세 난민'은 외곽으로 밀려나

17일 서울·경기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 최대 단지로 꼽히는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와 있는 전세 매물이 6건, 월세가 8건에 불과하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자기가 사정이 있어서 제 발로 나가는 임차인을 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지금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되자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은 1억원 넘게 전셋값을 올려 부르기도 한다”며 “지금은 물건이 없으니 이걸 받아주던지 더 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으로 번진 전세난 … 반전세도 증가세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전세 상황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 화성시 영천동 동탄2신도시의 동탄파크푸르지오 74.75㎡의 경우 지난 13일 보증금 4억3000만원에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신고됐다. 이 아파트에서 이보다 큰 면적인 84.94㎡는 9월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이 가장 최근 거래다. 지금은 4억5000만~5억원을 부르는 상황이다. 전세가 뛰면서 반전세와 월세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보유세 부담까지 커져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장기적으로 전세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전셋값 상승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지탱하고 밀어 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당, 전세난 대응책 마련에 나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세난과 관련해 부동산 대책 점검 및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 16일 한정애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임대차 3법 시행 후 두 달간의 시장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낙연 대표는 회의에서 “전세 문제가 커지는 양상”이라면서 “4분기에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면서 경기회복 흐름을 가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날 전세 대책을 중심으로 실거주자 보호방안을 논의했으며, 장기 거주 1가구 1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김신호 기자 kimsh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