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오라비난초(Habenaria radiata (Thunb.) Spreng.)

 

자연은 가끔 기막힌 우연을 만들어 낸다. 해오라비난초는 식물의 꽃이지만 이름 그대로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 해오라비난초는 습지 주변에서 자라는 키 작은 꽃이다. 앙증맞은 꽃들이 모여서 피면 자생지는 마치 새들의 군무로 가득한 연못을 연상시킨다. 수원 칠보산에서 자생지가 여럿 발견됐지만 그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은 없다.

칠보산은 내륙의 자그마한 산이지만 식생이 꽤나 다채롭다. 곳곳에 습지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그 덕에 많은 야생화 사진가들이 찾는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자생지는 순탄하지 못하다. 해오라비난초를 야생에서 날 것으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차피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라면 꽃들의 비밀스러운 터전을 지켜주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글=이신덕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