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간다던데

인생은 마음이 없다.

인생은 생각도 없고

지조도 없다.

 

인생이 무슨 마음을 먹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생은 알겠는가.

인생은 모른다.

 

아는 것이 없는 사람처럼

매일 새로 와서

매일 새로 배우고 가는

사람을 인생은 모른다.

 

그는 모르는 학생들이 모인

모르는 학교의 모르는 교장처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만 있는 사람

그게 내 인생이란 게 믿기지 않지만

내가 안 믿으면

또 누가 믿겠는가.

 

그러니 출석한다.

출석이라도 해야 한다.

퇴학당하기 싫으면

가서 앉아라도 있어야 한다.

 

꾸벅꾸벅 졸며

학생들이 들어온다.

 

- <문학과 사회> 2020년 봄호

 

▶ “인생은 마음이 없다”라는 말이 아프지 않은가. 정말 없는 것만 같아서. 하루하루 더 살아도 그만큼 더 모르겠는 것이 인생인 것만 같다. “매일 새로 와서 매일 배우고 가는” 결국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배우러 가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러니 “출석이라도 해야 한다”. 가서 앉아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꾸벅꾸벅 졸며” 학교에 가는 것 아니겠는가.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