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서 쓰러진 60대 구조한 김진환 경위

 

▲ /사진출처=연합뉴스

월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경찰병원역 2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던 요리사 오모(60)씨가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 약 3m 정도를 올라가던 중 양손으로 핸드레일을 짚으려다 무게중심이 뒤로 쏠렸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는 폭이 60㎝로 좁은 1인용이었다. 오씨의 몸은 양옆 난간에 끼었고, 머리는 움직이는 발판에 연거푸 부딪혔다. 둔탁한 충돌음이 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이내 머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침 출근 중이던 송파경찰서 문정지구대 팀장 김진환(58) 경위가 달려왔다.

김 경위는 오씨 머리부터 손으로 받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젊은 남성 두 명이 황급히 뛰어왔지만, 에스컬레이터가 계속 작동하는 데다 공간이 별로 없어 구조가 여의치 않았다. 김 경위는 이 과정에서 신발이 벗겨져 왼쪽 발목이 발판에 쓸려 피가 나면서도 계속 오씨를 일으키려 시도했다.

그렇게 약 30초가 지났을 때 한 여성이 달려와 에스컬레이터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고, 오씨는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뒷머리가 찢어진 오씨는 목덜미와 등이 피로 범벅될 만큼 출혈이 심해 곧바로 인근 대형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 뇌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입원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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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17일 "김 경위님이 없었으면 내가 죽었을 거라고 장담한다"며 "대한민국에 그런 분이 많이 계셔야 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사고 당시 오씨는 아들 소개로 구한 식품업체에 처음 출근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오씨는 "당장 출근하지 못하게 돼 아쉽지만, 한 사람을 살린 김 경위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크다"며 "제대로 말씀도 못 드렸는데 퇴원 후에 꼭 찾아뵐 것"이라고 했다.

문정지구대에서 만난 김 경위는 "'쿵쿵' 소리를 듣고 본능처럼 몸이 움직였다"며 "빨리 구조할 수 있어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고 살아 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구조를 돕고 홀연히 사라진 이름 모를 시민들께 너무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yeasm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