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입소만 급급 … 머나먼 '정상적 사회 복귀'

종합지원·보호 가능한 지자체 손 꼽아
지역사회 책임 지도록 법 개정 목소리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인천일보DB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인천일보DB

경기도 지자체들의 '노숙인 지원' 대책이 8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가 '시설 입소'라는 1차원적 방식에 머물면서 오히려 노숙인은 늘었다.

지역사회 책임이 불분명한 관련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일고 있다.

 

#제자리 지원체계…개선 노력도 없어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의 노숙인 지원정책은 '노숙인 발굴→ 전문 상담→ 보호→ 자립지원→ 정상적 사회복귀'로 이어지는 5단계 실행을 추구한다.

그러나 실제 실행이 가능한 지자체는 손에 꼽는다. 현재 경기도 31개 시·군 중 12곳만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종합지원과 일시보호 기능을 동시에 겸비한 시·군은 수원·성남·의정부 3곳에 그친다. 결국 28개 지역은 '5단계 실행'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자체의 개선 노력도 없었다.
 

인천일보가 2015년~2019년 5년 간 '시설 규모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보니, 수원·성남·의정부를 제외한 화성·부천·안산·안양·시흥·양평 등 지자체는 5년째 재활·자활·요양시설 1개소를 확보한 수준에서만 머물렀다.

도내 총 시설은 19개소부터 23개소까지 증감이 있었는데, 수원과 성남 밖에 다른 지자체에서 시설 변화는 없었다.

수원과 인접한 지자체(화성·용인·안양·안산·의왕 등) 공무원들은 '수원 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경기남부권역 담당 시설처럼 자연스럽게 노숙인을 떠넘기고 있다.

민간과의 공조(共助)도 극소수였다. 수원은 알코올 중독 등 의료지원을 위해 지역 내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반면 안산에서는 지역 병원과 협조 없이 수원으로 보내 버린다.

경기도 전체 노숙인은 줄지 않고 있다. 2016년 총 930명(거리 90명·일시보호 96명·시설 744명)에서 2019년 992명(거리 178명·일시보호 113명·시설 701명)으로 62명(9.4%) 늘었다.

 

#법부터 허점…“정부·정치권 손 놨나”

지역사회의 책임성 결여는 법이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2012년 '일명 노숙인 복지법(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지자체는 노숙인 지원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니다.

시설마련·고용지원·의료지원 등 핵심 조항은 전부 '할 수 있다'는 식의 자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조항마다 지자체(도 전체)로 해석하기 때문에 '기초단체(시·군)' 차원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부족하다.

보호단체들은 법이 제정되기 전인 2011년부터 여러 부작용을 예견해왔다. '홈리스 행동'은 노숙인 시설에 들어간 사람만 혜택을 받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모든 노숙인을 배려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9년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단체는 법안 내 대상 용어를 집이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홈리스(homeless)'로 통일하자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지난 정부와 정치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도 노숙인을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 ▲노숙인시설 이용·생활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 등으로 모호하게 정의한다. 쪽방·비닐하우스·고시원 등에 사는 노숙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홈리스행동 관계자는 “제도적 환경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지금도 면밀히 들여다보면 시설에 지원을 한정하다 보니 거리 노숙인이 배제되는 문제가 여전하다”며 “아울러 재활·요양시설에 한정한 국비지원도 수혜 폭을 넓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현우·최인규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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