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석 노무사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고 외치며 산화한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대표적입니다.

2016년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김군의 사망,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의 사망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지만 아직도 하루에 일터에서 7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책임자의 처벌수준은 미미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시작으로 노동계는 8월26일부터 전태일 3법 발의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전태일 3법은 첫째로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가산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고, 연차유급휴가도 부여하지 않아도 되며, 1주에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자들에게 일하도록 하더라도 법위반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업장이 휴업을 하더라도 휴업수당을 청구할 수 없으며, 직장내 괴롭힘규정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업장내에서 억울하게 부당해고를 당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는 등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되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로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은 업무수행에 있어 노동법이 적용될 수 있는 '종속적 노동'의 모습과 민법이 적용되는 '사업주의 노동, 독립적 노동' 양면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에게 일을 지시하는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대해 교섭할 수 있는 지위를 법으로 부여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산업재해 발생시 기업의 경영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는 평균적으로 1인당 벌금 450만원만 부담하면 그만이고, 징역형 선고율은 0.57%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산업안전관리 비용보다도 처벌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으니 안전관리는 뒷전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책임자에게 실효성 있는 처벌을 하고, 다단계 하청의 경우 책임자인 원청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관리•감독 소홀 책임이 있는 공무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의적이거나 반복해서 법을 위반하는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용자의 안전관리 소홀로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태일 3법은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고,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으며, 모든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지 않는 최소한의 노동환경을 바라며 노동자들이 직접 발의한 법안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전태일 3법이 필요합니다.

법안 발의에 참여는 https://petitions.assembly.go.kr/에서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