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세계 최초의 철도는 1825년 영국의 스톡톤과 딩링톤간의 40㎞를 조지 스티븐슨(1781~1848)이 제작한 증기기관차가 시속 16㎞로 주행하면서 막을 올렸다. 그후 1830년 리버풀과 맨체스터간 50㎞를 여객과 화물을 싣고 운행하면서 본격적인 여객 운송용 철도가 등장했다. 그로부터 한세기 이상 철도교통은 전세계적으로 교통의 총아였으나 2차대전 후 자동차와 항공기의 등장으로 침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일본의 신칸센과 프랑스의 TGV 초고속열차의 등장으로 철도교통의 르네상스 시대가 개막되었고 세계 도처에 철도박물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835년 뉘렌베르크와 퓌르트간 7.5㎞의 철도를 처음으로 건설한 독일은 프랑스와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철도대국으로 꼽힌다. 뉘렌베르크에 있는 철도박물관을 처음 찾았던 것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때였다.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1835년 첫날 철도 승차권이 여러 장 전시되어 있기에 안내해 주던 관장에게 물으니 전시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10여명의 철도애호가들이 120여년 전의 승차권을 보존하고 있어서 자신도 놀랐다고 했다.

▶옛 것을 진지하게 수집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과 일본을 위시하여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의 벼룩(골동품) 시장을 가보면 수백년 된 가구와 서적 그리고 골동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945년 해방 전후의 물품들은 물론 한국전쟁 당시의 유물들을 구하기도 힘들다. 서화 작품들은 물론 서적이나 가구들도 찾기가 쉽지 않다.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의 혼란기가 있었지만 1970년대 이후 주택이 재테크의 중심이 되면서 잦은 이사 때문에 옛 물건들을 간수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의 스타, 사이다'와 '이발소 풍경'의 기획특별전은 오늘의 인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옛 것을 회고하고 사라지고 있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회였다. '인천의 스타, 사이다' 작은 전시회는 과거 인천을 대표하던 청량음료 스타 사이다의 기원과 면모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기획이었으나 폐업한지 반세기가 조금 지난 회사의 물품이나 진품은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발소 풍경' 전시에서는 단발령 이후 이발소가 등장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변천사를 각종 진품 실물자료로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전통 이발관 주인들의 이발소에 얽힌 이야기를 녹취하여 전시실에서 보고 들을 수 있게 한 것도 압권이었다. 옛 물건 구하기가 힘든 우리의 현실에서 실물자료들과 함께 볼 수 있었던 '이발소 풍경'은 기획전시의 수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