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환승역 상권…'서울 접근성 향상'의 독

 

지난 1999년. 인천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부평역은 인천지역 최초 환승역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뒤이어 21년 동안 7개 환승역이 더 들어섰다. 환승역이 늘어난 만큼 지역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어야 하는데도, 주변 아파트 가격만 천정부지로 오르고 말았다. 유독 인천에선 수도권 접근성이 향상될수록 지역 소비가 서울과 경기로 귀속되는 경향이 강해 환승역이 자리해도 상권 형성에 마중물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대표 상권들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환승역이 인천 골목 경제에선 존재감이 흐릿한 이유다. 환승역도 이 지경인데, 일반 상권 추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역 상권 활성화 정책은 정권마다 등장했고, 번번이 실패로 마무리됐다.

▲ 서울지하철 7호선 환승역이자 인천 방향 종점인 부평구청역 모습./인천일보 DB
▲ 서울지하철 7호선 환승역이자 인천 방향 종점인 부평구청역 모습./인천일보 DB

▲서울 '빨대'에 환승역 상권 존재감 바닥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 기업인 상가정보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인천지하철 1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 환승역인 부평구청역 일대 상권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현대카드, SK텔레콤 등 데이터를 종합해 부평구청역 상권인 부평4동 커피전문점 숫자와 매출 현황을 따져 본 내용이다.

자료에 따르면, 부평4동 커피전문점은 모두 34개로 작년 9월 평균 매출 추정액은 683만원이다. 부평 전체 커피전문점(290개) 평균 매출 추정액보다 189만원 적은 금액이다. 인천 북부권 주요 환승역인 부평구청역 인근 커피전문점들 수입이 부평 전체 커피전문점 매출보다 못한 셈이다.

부평구청역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환승역 지위에 특별히 재미를 본 상권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평역', '계양역', '부평구청역', '인천역', '원인재역', '검암역', '주안역', '인천시청역'까지 인천지역 8곳 환승역에서 비교적 대규모 상권이 자리 잡은 곳은 '부평역', '주안역', '인천역' 정도다. 환승역 신설이 상권 확대에 영향을 줬다기보다, 전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던 원도심 상권들이다.

특히 광역교통망 환승역을 둘러싸고는 주거·상업 기능이 복합된 대규모 역세권 개발이 진행되면서 상권 부흥기에 진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천 환승역들에선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았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서울 시민들의 인천을 향한 소비 욕구는 여전히 낮은 와중에 '인천↔서울' 접근성 향상은 인천의 일방적인 서울 사랑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과 달리, 환승역과 함께 신규 상권 형성이나 대형 쇼핑 시설 진입이 이뤄지지 않은 건 건설사와 투자자들이 인천에선 환승역조차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지 않아서다. 인천시민 소비를 인천상권에서 소화할 수 있게 할 장치에 대한 필요성이 예전부터 제기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역외소비, 인천이 꼭 해결해야 할 숙제”

지난해 10월 인천시청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천시 지역화폐 전자상품권인 '인천e음' 카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인천e음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e음은 인천의 가장 큰 문제인 '역외소비'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민들이 지역 밖에서 쓰는 돈인 '역외소비'는 대개 서울과 경기 몫이다.

수도권교통본부가 발간한 '2018년도 수도권 여객 기·종점통행량(O/D) 현행화 공동사업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인천에서 서울로 쇼핑을 하기 위해 통행한 1일 평균 건수는 2017년 기준 6004건이다. 반면, 쇼핑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한 경우는 1855건에 그친다. 인천시민이 서울로 외식하러 간 건수는 같은 기간 1493건, 서울시민이 인천으로 유입된 경우는 317건에 불과해 약 4.7배에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와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천시민이 쇼핑을 목적으로 경기도를 찾은 경우는 1만4043건, 경기도민이 인천을 방문한 건수는 3분의 1 수준인 3930건으로 집계됐다. 외식은 인천→경기 6789건, 경기→인천 1757건이다.

인천과 서울, 경기 간 이동 비대칭은 인천지역 소비가 외부로 유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인천시민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신용카드 중심의 인천 역외소비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민 카드 사용액은 2014년 24조1000억원에서 2018년 3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가운데 전체 역외소비율 역시 2014년 50.3%에서 2018년 50.9%로 증가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인천지역 역외소비 사안에서 위험 요인이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소비를 확대시켜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와중에, 온라인 쇼핑몰을 취급하는 유명 기업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 소비 이끌 '지역화폐'. 역외소비 유입도 꿈꾼다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홍종진 회장은 “교통망 확대에 따른 서울 접근성 향상은 인천 골목 상권에 오히려 독이 됐다. 지역 인구가 늘어도 소비는 서울과 경기로 유출되면서 정작 동네 상인들 살림살이는 쪼그라들었다. 대기업에 더해 외부 상권이 흡수하는 지출을 막으려고 전통시장이나 지하상가 종이 상품권이 등장했지만 대상 상권이 좁고 금액도 크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질 못 했다”며 “요즘 인천 상인들 사이에서 인천e음이 환영받는 까닭은 밖으로 빠져나갔던 인천시민들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붙잡아 뒀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선 각종 지원금이 인천e음카드로 충전됐고 캐쉬백 혜택까지 더해져서 골목 상권 전방위적으로 매출 회복이 확인된다. 심지어 인천 근처인 김포나 부천시민들도 캐쉬백 혜택에 인천e음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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