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부터 청소년까지 함께 내디뎌
건물마다 붙은 설명 … 수탈의 상처 실감
부분 개방에 대한 아쉬움 전하기도
“할아버지, 여기가 군인 집이야? 거미줄이 쳐져 있어.”
14일 오후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에는 시민들 목소리로 가득 찼다. 어린 손자·손녀 손을 잡고 온 어르신들은 건물마다 붙여진 설명서인 '건물 이야기'를 보고, 아이들에게 일일이 건물들이 과거에 어떻게 활용됐는지를 설명했다.
이날 어르신부터 삼삼오오 모여 나온 청소년들까지 조용하기만 하던 부평 캠프마켓이 한순간에 사람들 온기로 가득 찼다. 부평 캠프마켓을 찾은 윤상덕(68)씨는 “부평 캠프마켓 내 여러 건물을 둘러보니 우리와 가까운 주변에서 일제 잔재의 흔적을 실감하게 됐다”며 “부평 캠프마켓이 앞으로 후손을 위한 교육장소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단의 땅'으로 불리던 부평 캠프마켓이 81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부평 캠프마켓 부지 반환 발표 이후 미군 부대 공간을 시민들에게 처음 개방하는 것으로 미군이 야구장으로 사용했던 부지와 그 주변으로 이뤄진 9만3000㎡ 면적을 시민들이 직접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부평 캠프마켓은 1939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육군의 조병창(무기공장)으로 사용됐고, 광복 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개방 첫날부터 많은 시민이 부평 캠프마켓을 찾았다. 입구에서 시민들은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발열 체크를 한 뒤 조병창과 커뮤니티 클럽, 부대휴게소, 체육관, 숙소 등을 둘러봤다. 건물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금이 간 벽,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외벽 마감재, 녹이 슨 출입문 등을 통해 시민들은 부평 캠프마켓의 오랜 역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아이들과 함께 건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커뮤니티 클럽 앞 낡은 공중전화부스 등을 둘러보며 새삼 부평 캠프마켓이 시민들 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부평 캠프마켓 개방 부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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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평 캠프마켓이 부분 개방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건부(79)씨는 “부평 캠프마켓이 일부만 개방돼 볼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라 아쉬웠다”며 “개방 자체는 인천 시민으로 너무 반가운 일이지만 하루빨리 부평 캠프마켓 전체가 확대 개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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