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검토 부실 성급하게 조례 추진
상위법인 '지방자치법' 어긋나
시의회 제동 … 시, 유권해석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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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가 법리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과거사 은폐·왜곡 가담자 공공기관 취업 제한'이 담긴 특별 조례안 제정을 추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 내용이 상위법인 '지방자치법'과 '진실·화해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14일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 '고양시 과거사 재심사건 관련자 공공기관 취업 제한 등에 관한 특별조례(가칭)'안을 시의회 제246회 임시회에 상정했으나 보류됐다.

특별 조례안의 골자는 5·18 민주화 운동과 6·10 항쟁 등 과거사 피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검·판사와 경찰 등이 시 산하 6개 공공기관에 취업할 때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례 취지와 달리 현재 이를 제정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개인의 취업 활동은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 권리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권리를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려면 현행 지방자치법(22조)을 근거로 상위법인 진실·화해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진실·화해 과거사정리 기본법 어디에도 과거사 재심 무죄 사건 관련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또 지방출자·출연법과 지방공기업법 등 관련 법도 과거사 재심 무죄 사건 관련자를 임용 결격 사유로 보지 않는다.

시의회도 이를 문제 삼자, 시의회 요청으로 시는 지난 8월 뒤늦게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채우석(무소속) 시의원은 “취지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그렇지만 조례 제정은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 대원칙이다”며 “시가 사전에 충분한 법리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상화(정의당) 시의원도 “부실한 법리 검토만 문제가 아니다. 시는 과거사 가담자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면서 “조례가 권고사항이라고 할지라도 공공기관 수장의 권고는 사실상 제한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해당 조례안은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개인 권리를 침해·제한한다고 보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가해자 처벌과 법 제정 등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해명했다.

/고양=김재영·김도희 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