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천은 대도심 속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드문 하천이다. 365일 가까이서 자연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 있다는 장점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이제는 정말 언제든 안심하고 찾을 수 있어요. 우리에겐 완벽한 힐링 공간이 된 거죠.”

13일 오전 수원시 세류동 수원천. 수원천을 따라 조깅을 하던 시민들에게 “요즘 수원천 어떠냐”고 묻자 이처럼 입을 모았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찾기 좋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시민도 “아 최고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대도심 속 자연 공간이자 주민 친화 공간인 수원천. 도심형 하천이라 부르는 수원천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민 모두가 즐겨 찾는 곳이다. 노인들에겐 옛 물길 그대로인 모습이기에 향수에 젖게 하고 일상에 지친 젊은이들에겐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수원천 일원(세천교~공군부대)에 설치된 로고 라이트를 보고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권선구는 최근 수원천 일원에 로고 라이트를 비롯해 방범용 CCTV, 열주등 등 <br>​​​​​​​안전시설을 설치했다./사진제공=권선구<br>
수원천 일원(세천교~공군부대)에 설치된 로고 라이트를 보고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권선구는 최근 수원천 일원에 로고 라이트를 비롯해 방범용 CCTV, 열주등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다./사진제공=권선구

안전 지킴이 cctv…마음 푹 놓고 산책

그런 수원천이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가득 찼다. 시민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곳곳에 설치된 방범용 CCTV, 가로등 안전시설 때문이다.

권선구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지역 내 수원천 일원인 세천교부터 공군부대 구간에 방범 CCTV를 비롯해 열주등, 로고라이트 등을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수원천을 찾는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 쾌적한 하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해당 구간은 화홍문 등 문화재가 있는 다른 구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하지만 현재 그 어느 곳보다도 밝다며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설치 시설은 방범용 CCTV 13개, 열주등 71개, 로고라이트 20개 등이다. 이는 기존 가로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에 설치됐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로고 라이트로 운치 만끽…쾌적한 문화 휴식처

권선구의 이번 사업은 '주민참여형'으로 실행돼 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권선구는 설계단계부터 주민들과 논의, 설치 위치부터 간격까지 모두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반영했다. 아예 설계도면을 주민 대표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열주등과 로고라이트는 늦은 저녁 수원천을 찾는 시민들에게 최고다. 시설들이 가지각색 빛으로 수원천을 밝히면서 고유의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문화적 휴식 기능도 강화됐다. 시는 평의자 54개, 그네 의자 3개를 설치했다. 또 목재 데크 7개, 교량 도색 및 선홈통 4개, 돌망태옹벽 2개 등도 설치했다.

시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전모(66·여)씨는 “수원천 인근 도로에 가로등이 있긴 하지만 다소 어두운 새벽녘엔 천을 따라 걷기가 힘들었다. 산책로가 좀 더 밝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면서 “하지만 최근 수원천 곳곳에 놓인 열주등 덕에 밝을 뿐 아니라 CCTV까지 설치돼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운동하기 최고다”고 말했다.

수원천 권선구간은 당초 지역 안에서 비교적 정비가 늦었지만, 올해 경기도 및 수원시의회와 권선구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시민의 휴식처로 기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태관 권선구 건설과장은 “수원천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비됐기 때문에 실생활에 보다 유용할 전망”이라며 “더욱 많은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문화 휴식처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길영배 권선구청장

“설계도면 놓고 주민과 허심탄회 논의…명품 하천 재탄생”

 

길영배 권선구청장

“도심 속 자연하천인 수원천이 권선구 주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됐습니다.”

길영배 권선구청장은 13일 인터뷰에서 “수원천 구간 중 권선구간이 새롭게 정비된 것은 여러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길 구청장은 “길이 2.72㎞의 수원천은 팔달구를 지나 하류인 권선구로 이어지는데, 팔달 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이 존재해 비교적 정비가 빨랐다”며 “권선구간은 세류동 일대의 주택을 통과하고 그 주택 안에서도 노령층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의 공간이 발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길 구청장은 주민들과 수원천 정비 설계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수원천은 드물게 도심 속 자연환경이 그대로인 생태하천으로 보존 가치가 높지만,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면 자칫 훼손 우려가 있다.

길 구청장은 '주민에게 꼭 필요한', '자연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최소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주민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쳤다.

그는 “수원천은 120만 대도시 안에서 풀 냄새 가득하고, 물고기가 헤엄치며, 새가 날아다니는 이례적인 하천이다. 최근 멸종우려종인 '꼬리명주나비'가 일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며 “생물 다양성이 있는 이런 공간에 주민 편의시설을 두는 것은 엄청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기관에서 진행하는 정비 사업은 두루뭉술하게 신청만 받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진행하지만, 우리는 설계도면을 놓고 주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길 구청장은 수원천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길 구청장은 “이탈리아에 엄청난 폭우가 찾아와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본 사례처럼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다”며 “수원천은 50여일간 지속한 장마에서도 범람사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배수 역할을 하고 있다. 기능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했다.

수원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유휴부지도 많은 지역의 공간을 주민에게 유용하게 쓰는 방안은 길 구청장의 오래된 관심이다.

그는 “수인선 철도가 개통되고 호매실지구가 개발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어디를, 어떻게 주민들에게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지는 권선구의 과제”라며 “해결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주민참여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1월 취임한 길영배 권선구청장은 지역 내 지속적인 민원이나 주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 등에 대해서는 현장을 방문한 뒤 개선 방안을 찾는 '현장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복개공사 중단 등 우여곡절 끝 시민 품에…여름엔 수영장·겨울엔 썰매장으로

“수원천은 수원의 가슴이다. 가슴을 흐르는 생명이요, 사랑이요, 삶의 푸른 동반이다.”

수원천을 두고 정수자 시인이 한 말이다. 이는 수원천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원천은 대도심 속에 있지만, 다른 하천들과 달리 자연형 생태하천이다. 이에 시민들이 즐겨 찾으며 수원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런 수원천에서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교통난 해소 등의 이유로 일부 구간이 복개되는 등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현재 수원천이 시민들에게 더욱 소중한 이유다.

수원천은 사실 큰 하천은 아니다. 길이 2.72㎞, 유역면적 25.80㎢로 상대적으로 작은 하천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시민들의 격렬한 찬반 논쟁으로 진통이 심했다.

수원천은 지난 1991년 일부 구간이 시멘트로 덮였다. 교통난 해소와 주변 상권을 살린다는 이유에서다. 당화성 성곽 밖 지동교에서 매교 780m 구간이 시민들의 94% 찬성으로 복개작업이 진행됐다. 1995년 3월에는 상류 구간의 2단계 복개 공사가 시작됐다. 당연히 수질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15개 시민단체는 ‘수원천되살리기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한 뒤 ‘수원천 복개 반대 및 남수문 복원 촉구’ 운동을 전개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참여했다. 그 결과, 복개 공사 철회는 물론 30% 정도 진행된 복개 공사도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1996년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복원작업이 시작됐다. 수초가 자라고 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동시에 둔치 공간 조성과 나무 심기를 통해 하천 경관 조성 등 하천 생태계 복원사업도 전개됐다. 이런 의미에서 수원천은 생태하천 운동의 진원지라 부른다.

복개된 수원천 복원하는 과정도 의미가 남다르다. 시민과 전문가가 같이했기 때문이다. 시민 의견이 계속 수렴되면서 만들어졌기에 염태영 시장은 ‘시민참여형 하천’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자연 문화재적 요소도 전부 반영되면서 수원천은 청계천과 다른, 대표적인 도시형 하천이라 부른다.

현재 수원천은 개꽃아재비·개망초·개쇠스랑개비·흰여뀌, 미꾸라지·밀어·붕어·피라미, 논우렁·다슬기, 대만흰나비 등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돼 자연형 하천 모습을 띠고 있다. 시민들에겐 더없이 좋은 삶터로 기능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여름이면 냇물을 막아 수영장으로, 겨울이면 물이 얼어 썰매 놀이터로 이용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화홍문 위쪽 냇물에 객석과 무대를 만든 국제연극제는 방화수류정과 함께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용연을 무대 삼은 노래와 춤, 대금 연주 등도 멋진 공연으로서 한층 멋을 높였다. 그렇게 수원천은 시민들 품에 자리 잡고 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