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현 주안영상미디어센터장

코로나19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문명의 대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아직 4차 산업혁명도 익숙하지 않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와 함께 정치, 경제, 문화, 세계정세, 의식주 등 우리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새로워지는 뉴노멀 시대가 눈앞에 닥쳐왔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제는 살던대로 살면 안된다.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온 세상이 전례없는 언택트 문화와 마주하게 되었다.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해 강요된 비대면, 무조건 만나지 않고 접촉하지 않는 일상으로 인하여 '코로나 블루'와 같은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도 불러오고 있다. 이런 문화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여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여도, 기후변화 위기로 인해 3~5년 주기로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계속 창궐할 것이라 하니 걱정이 앞설 뿐이다.

이러한 시대에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여전히 만나고, 교류하며, 함께 모여 어려움을 나누고 싶어 하며, 코로나19 위기에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남을 것이다“라고. 문제는 이 언택트 시대에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교류하며, 어떻게 어려움을 나누고 극복하며, 어떻게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해 사회적 동물로 삶을 영위하느냐일 것이다.

슬기롭게도 인류는 이미 언택트 시대를 넘어 미래로 슬기롭게 이동할 수단을 선택했다. 실제로 대면하지 않고 얼마든지 만날 수 있고, 소통•교류할 수 있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온택트(Ontact)'가 바로 그것이다.

'언택트'에 '온라인(Online)'이 더해진 개념의 온택트(Ontact). 주로 '랜선'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지는 모든 연결과 소통방식으로 랜선 투어, 랜선 콘서트, 랜선 팬미팅, 랜선 결혼식, 랜선 응원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물리적으로 멀어진 거리를 온라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심리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부모 자식간의 온라인 화상채팅, 온라인 명절 차례지내기, 온라인 화상회의, 온라인 취업면접 등등.

여기에 한 가지만 더한다면 사회가 진정성 있고 감동적인 소통•교류가 이루어지고 더욱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하는데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를 드러내기 가장 좋은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야기다. 우리가 어떤 상대와 대화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내 이야기 좀 들어봐”일 것이다.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우리는 생각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대인 이야기 중의 우화 하나를 소개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진실'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마을을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불쌍한 소녀를 문전박대했다. 소녀가 벌거벗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우연히 '우화'라는 이름의 소년이 벌거벗은 채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소년은 우선 소녀의 언 몸을 녹여주고 따뜻한 음식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소녀에게 '이야기'라는 망토를 입혀 다시 마을로 돌려보냈다. '이야기'라는 망토를 두른 '진실'이 다시 마을 사람들의 문을 두드리자 사람들은 예전과 다르게 소녀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함께 불을 쬐었다.

이 우화의 교훈은 수천 년 전부터 인류에게 가장 잘 통하는 소통방식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전문가 리처드 멕스웰은 “스토리(story)란 '사실'에 '감정'을 입힌 것”라고 했다. 가식이나 위선적 포장보다는 '사실'에 '진정성 있는 감정(story)'을 입혀 표현한다면(telling) 나를 어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며, 우리의 생활은 물론 비즈니스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더욱 다양하고 감동적인 일들로 세상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