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을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던 노숙인을 동사무소 직원들이 인근의 다른 도시로 데려 가 내쫓듯 버리고 간 일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구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심지어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 피폐된 삶을 이어가느라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시민을 공복이라 자처하는 공무원들이 차갑게 외면해 버린 것이다. 그 공무원들에게는 그 동네서 나고 자랐지만 노숙인으로 전락한 시민이 그저 처치 곤란한 짐으로만 느껴졌다는 것인가.

지난 여름 경기 화성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족과 일찌감치 단절된 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이제 40대에 접어들었으나 노숙인의 처지다. 화성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친척의 농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돌봐주던 친척이 세상을 떠나고 불운이 겹치면서 결국 거리를 떠도는 처지가 됐다. 노숙인 생활이 길어지면서 동네 아는 사람이 시에 찾아갈 것을 권했다. 동사무소를 찾아가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 직원은 그를 차에 태우더니 어둡고 낯선 길을 달렸다. 어디로, 왜 가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1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수원에 있는 노숙인 지원 시설이었다. 그 공무원은 어리둥절해 하는 그를 버려두고 훌쩍 떠났다.

화성시는 그 노숙인으로부터 1차적으로 도움 요청을 받았다. 화성에서 긴급 지원이 이뤄져야 했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해도 그 사유를 설명해야 했다. 노숙인은 경찰에서도 피구호자(被救護者, 응급한 상황에 놓이거나 위험에 빠져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으로 분류해 대응한다. 지자체나 경찰은 노숙인을 이송할 경우 정해진 인수•인계 절차를 밟는다. 노숙인 발견 시각 및 장소, 인적 사항, 심신의 상태 등 기본적인 내용이 전달되면 2차 담당자가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머물던 지자체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노숙인들이 지원 시설 등에 버려지듯이 떠넘겨지는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태어나고 잔뼈가 굵은 고향마을이다. 그렇게 내팽개쳐진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고향에서조차 버림받은 노숙인의 처지는 오늘 우리 사회 공무원들의 존재 이유와 복무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