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원데이 아트투어

파라다이스 7000만원 투입
전문가 동행 예술공간 투어
두 달간 20명씩 10회 진행
조동희·강제윤·김주홍 등
작품 설명에 즉흥 공연까지
▲ 하나금융티아이 데이터센터 1층 한쪽 벽면에 설치된 김혜란 작가의 '유랑하는 표면 Strolling Surface'.

 

인천 메세나 운동에 뛰어든 또 하나의 기업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다.

1989년 우경문화재단으로 시작한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설립 초기 국제문학교류사업에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 활동을 지원했던 '뉴욕 아트 오마이(Art-OMI)' 레지던시 사업으로 시작했다. 지금의 '파라다이스 아트랩(Paradise Art Lab)'에 이르기까지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장르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지원했다.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ZIP'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인천에서는 '인천, 예술로 걷다' 사업에 착수했다. 참가자들을 선정한 후 시민들과 함께 인천의 문화예술이 흐르는 공간을 1일간 여행하며 예술을 감상하는 구조다. 이 투어에 각 분야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동행하며 작품과 공간에 대해 설명한다.

재단은 7000만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참여가능 인원은 각 회당 20명이다. 시민들이 직접 대면으로 참여하는 일정이라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이 예상되지만 10~11월 두 달에 걸쳐 약 10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투어 장소는 인천아트플랫폼과 트라이보울, 미림극장, 우리미술관, 한국근대문학관 등이다. 여기에 매회 마다 파라다이스시티를 둘러 보게 되어 있다. 단체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동행할 예술인들은 시인이자 섬 연구가인 강제윤, 시각예술가 조경재, 음악감독 겸 가수인 조동희, 국악연주가 김주홍, 안무가 김설진, 기타리스트 드니성호, 무용가인 유진규·박소봉, 싱어송라이터 홍혜림·계피 등이 선정됐다. 안무가 이재영과 연출가 임지민, 미디어아티스트 조영각, 샌드아티스트 허창용·지수도 함께한다. 이들은 문화예술 현장에서 즉흥 연주나 실연도 선보일 계획이다.

신청기간은 11월 말까지로,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032-455-7133으로 문의하면 된다.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인천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기업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이번 사업에 많은 참여 바란다”며 “인천의 문화예술 공간과 파라다이스시티의 미술작품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함께 투어 하는 공감각적 예술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하나금융TI 참여작가 김혜란 “이제 기업의 메세나사업은 선택 아닌 본분”

예술인 창작활동을 지원해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하나금융티아이가 인천 서구 청라동 사옥 로비에 미디어월 작품을 설치했다. 작업 환경을 마련해주고 생산된 예술작품을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감상 할 수 있도록 충족시켜 종국엔 문화예술 진흥에 이바지하는 메세나 사업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첫 미디어월 아트 작가로 선정된 김혜란 교수를 만나 작업을 거친 소회를 들어봤다.

 

#유랑하는 표면

하나금융티아이 데이터센터 1층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온전히 차지한 대형 설치미술을 만나게된다.

'유랑하는 표면 Strolling Surface'은 공간 좌표와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수치적 데이터를 움직임의 형태로 시각화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기법을 적용했다.

김혜란 작가는 바쁘게 로비를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며 이번 작품에 착안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하나금융티아이의 데이터센터는 신용정보와 금융정보가 있고 이것을 예술로 응용한 것이지요.”

반복적이고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직원들은 몰개성과 익명화가 만연한 현대인들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하나의 기계와 부품으로써 부호와 메뉴얼에 의해 움직이는 전자식이다.

“이런 현대인들의 겉모습은 그래 보이지만 결국 내재된 영혼이 인간을 좌우하죠. 부정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바로 그 지점을 작품에 나타내려 했습니다.”

유랑하는 표면 속 영상은 마치 물 속을 유영하는 해파리처럼 보인다. 색깔도 시시각각 변한다. “관객들의 시선이 유랑하는 것일수도 있고 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지요. 내부에 흐르는 데이터와 생성되는 값을 형상화 했습니다.”

 

#메세나, 기업의 본분

김혜란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파일럿 프로그램과 2010년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던 인연으로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하나금융티아이의 설치 미술 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드로잉,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영상설치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과정에서 선형적인 구조보다는 이미지와 미디어, 개방적 작업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만들고 실험하는 활동들을 해왔다. 순수미술을 그리기도 했던 그는 붓과 캔버스 대신 지금은 데이터와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픽셀 값과 수치 정보가 예술이 되는 순간이지요.”

그는 현대에 들어서 기업의 메세나 사업은 부차적인 선택이 아니라 본분이라고 역설했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이번 활동에 참여하게 되서 더욱 뜻 깊습니다.”

하나금융티아이 역시 꾸준히 메세나로 인천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티아이 관계자는 “지금 기업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홍보하는 방법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문화예술 진흥에 앞장서고 직원들의 문화 생활 향유에 관심을 두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직까지 주변 인프라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하나금융티아이 입지 상황 때문에 예술작품이 갖는 힘이 더 발휘되는 효과도 있다.

“로비를 오가는 외부 손님과 직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주위에 아무런 자극이 없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예술을 접하고 느끼는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방법으로 메세나에 뛰어들어 지역사회 이바지 하려 합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