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구상 … 경제자유구역법 통과 뒤 2003년 IFEZ로 결실
매립지 송도 기반으로 시작 … 인천공항·신항 더불어 성장기반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동아제약 등 입주 … 송도 세계적 바이오 메카로
인천, 전국 경자구역 FDI 투자 70% 해당 …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15일 개청 17주년을 맞는다. IMF 금융위기 속 경제 강대국 사이에 낀 '호두까기 인형' 신세였던 대한민국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기에 출발한 IFEZ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이라는 애초 목표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위기 속 빛나는 IFEZ를 외국인 직접투자(FDI) 추이를 통해 살펴본다.

 

▲'환란'의 대안, IFEZ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대한민국은 금융시장 개방과 기업, 노동 등의 구조조정기를 거치며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된다. 1997년 부즈 앨런 해밀턴 보고서는 한국이 당시 세계 2위 경제 강국인 일본과 급부상하는 중국 사이에 낀 '호두까기 인형'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함으로써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시장개방을 기조로 국가 경제간 상호의존성이 심화되고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추동하기 위한 정책으로 경제특구정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1월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 기본 구상을 발표한 뒤 2달 만에 발전기획단이 구성되고 다시 4달만에 실현방안이 발표됐다. 연말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통해 IMF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경제특구정책은 2003년 IFEZ 출범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IFEZ는 매립지 송도를 기반으로 시작됐다. 매립지 송도는 중앙정부 주도로 서울의 과밀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한 주거 중심의 위성도시 형태의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인천시 주도로 '매립 신도시 형태'로 세계화와 정보화의 흐름에 맞는 정보화신도시로 구상을 마쳤던 곳이다. 이미 1979년 인천항 공유수면 종합매립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수도권 정비 기본계획에 반영이 돼 있었다.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 전략과 해외의 경제특구 증가 추세에 맞물려 정보화신도시 계발계획을 갖고 있던 송도를 중심으로 IFEZ가 출범한 것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장, 2016년 인천신항 개장과 맞물려 동아시아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IFEZ에서 시작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태평양 건너 한국에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2008~2010년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던 2010년 당시 인천 전체 미분양 아파트 중 70%가 넘는 3100채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몰렸다. 한 때 수백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곳이다. 주요 개발 프로젝트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151층 인천타워는 사업진척을 보이지 않다 결국 취소됐다.

역설적이게도 IFEZ에게는 타 경제자유구역(FEZ)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1년 IFEZ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5억4112만 달러로 전국 FEZ의 절반을 차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2만4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2011년에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아제약의 입주 등으로 바이오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2012년에는 영종국제도시에 18억9400만 달러를 비롯해 모두 21억1100만 달러의 FDI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 대기업들이 해외 보다는 국내 경제특구에 투자하겠다는 전환점이 됐으며 코로나19 시대 전세계가 송도의 바이오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이 의장국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은 빠르게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2007년 5.1%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 2.3%, 2009년 0.3%로 급락하다 2010년 6.2%로 급상승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IFEZ의 미래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경제침체가 지속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IFEZ의 FDI는 목표액의 80%인 5억250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청은 인천신항 저온복합물류센터 건립과 DHL의 인천허브 화물터미널 증축 등 25개의 외국투자기업으로부터 투자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개청 17년을 맞는 인천경제청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투자유치전략으로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물류 등 3개 산업 유치를 꼽았다.

이원재 인천경제청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투자활동이 위축되어 투자유치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면서도 “IFEZ가 온라인 화상 투자설명회 등 다양한 투자유치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결과 외국인 투자유치가 올 연말까지 목표 대비 8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앞으로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등 코로나 이후 관심이 높아지는 분야의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현재 입주기업의 확장 투자 등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최근 마무리된 'IFEZ 투자유치 전략수립 용역'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 오는 2030년까지의 새로운 투자유치 방안을 마련해 IFEZ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IMF 세대', '비정규직'이 일상이 된 글로벌 금융위기, 대면의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코로나시대 청년의 위기까지. 10년 주기로 대한민국을 강타한 글로벌 위기는 그 형태가 금융이든, 감염병이든 큰 고통을 수반한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IFEZ 개청 17년의 역사는 전세계 3400여개가 넘는 경제특구 중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전벽해의 역사이다.

 

▲과제는 선택과 집중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을 기치로 인천을 비롯해 전국 3곳에 FEZ가 탄생했다. 동북아 중심국가 정책에 따라 물류업 중심의 관세자유지역은 제조업 중심의 자유무역지역과 통합 자유무역지역으로 개편됐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인천은 2003년 IFEZ로 지정되었고 인천항은 2003년,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 각각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됐다. IFEZ내에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이, 인접한 곳에 인천항 자유무역지역이 각각 존재하는 모델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IFEZ는 전국 FEZ FDI의 70%을 점유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특구로 성장했다.

인천을 제외한 전국 FEZ는 FDI는 고사하고 개발에 별 진척을 보이지 않음에도 난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8년 황해·대구경북, 2013년 충북·동해안권 등이 추가로 FEZ로 지정됐다. 광주, 울산이 신규 선정되고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시흥 배곧지구가 추가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전국 광역시도에 모두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게 된 형태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나도 하고 보자'식의 FEZ 지정과 수요예측 무시한 사업추진 등이 유명무실한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과 기업의 투자유치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수요예측이 고려되지 않은 입지선정, 국내 전문 인력과 전문성 부족, 생활 인프라 미비 등을 꼽고 있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인천을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로 빠져 나가는 투자금액은 증가세인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정체된 상황이 지속돼 왔다”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이라는 취지에 걸맞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