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환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경기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구수 5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한다는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함께 도를 북도와 남도로 나누는 분도론까지 추진되면서 갈기갈기 찢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특례시는 인구수가 많은 대도시 등의 특수성을 고려해 위상을 높여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새로운 지방정부 유형을 말한다. 당초에는 인구수 100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수원•용인•고양시 등 3곳과 인구수 100만명에 거의 근접한 성남시 등 도내에선 총 3~4곳을 대상으로 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는 20대 국회에선 무산된 특례시 관련 지방자치법이 21대 국회에선 기준을 대폭 완화한 채 진행된다는 데 있다.

실제 기준이 인구수 50만명 이상으로 뚝 떨어지면서 도내 31개 시•군 중 무려 10곳(고양•남양주•부천•성남•수원•안산•안양•용인•평택•화성시)이 특례시로 바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도내에선 특례시를 둘러싼 첨예한 의견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도가 걷던 세목 중 일부가 특례시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밥그릇 싸움'이 치열한 실정이다.

취재 과정에서 인구수 100만명 이상 대도시 관계자는 “이 문제는 중앙정부와 다퉈야 하는데 정작 기초정부끼리 밥그릇을 놓고 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50만명 이상 도시 관계자는 “때아닌 특례시 논란에 당황스럽다”며 말을 아꼈고, 50만명 미만 소도시 관계자는 “특례시는 지역 균형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여기에 곽상욱 오산시장을 필두로 특례시 제도 전면 비판에 뜻을 모은 일부 시장•군수들은 기자회견 계획까지 준비하면서 목청을 높이려고 했었다.

이처럼 특례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수 50만명 이상 도시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는 탓에 특례시 지정으로 자칫 도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도를 둘로 나누는 분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특례시까지 대거 추가된다면 도의 존립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황이 너무 다르기에 수도권은 수도권을 고려한 특별법 등의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아야만 한다”고 제언하며 “만약 이 같은 노력이 없다면 특례시 지정에 불만을 지닌 시•군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만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가리 찢길 위기에 놓인 도가 이와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기초정부 간 다툼보단 중앙정부 등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1337만여명을 품고 있는 도를 적절하게 나눠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기초정부 간 다툼으로 초점이 흐릿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합리적인 방안 모색을 위한 의견 조율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