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홍역을 치렀다. 2019년 9월 파주에서 첫 발병한 ASF가 연천, 김포로 번져 농가에서 키우던 돼지 32만마리를 도살 처분해야 했다. ASF에 걸린 야생 맷돼지가 북한에서 남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파주, 연천, 포천에 93㎞에 이르는 광역 울타리까지 설치해야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내 처음으로 도립 '동물자원순환센터'의 건립을 주창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일상화된 시대에 대규모 가축 폐사체와 축산 잔재물을 친환경 기법으로 처리하는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살처분 가축들을 임시방편으로 매몰한 토양의 환경피해나 질병 유입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민주당과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경기도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에 대한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설계비 5억원을 국비사업으로 확정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도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에 찬성했다. 이에 경기도는 총 사업비 480억원(부지 매입비 제외)을 투입, 연간 10만t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동물자원순환센터를 2022년까지 건립키로 했다. 올 4월에는 2억1000만원을 들여 타당성 및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도가 시•군에 두 차례에 걸쳐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 후보지 유치 의사를 공모에 부치자 단 한 곳도 나서지 않았다. 31개 시•군이 가축 전염병시대에 동물자원순환센터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혐오시설로 인식해 외면한 것이다. 동물자원순환센터는 친환경 공법으로 운영되고 처리 과정도 위생적이고 안전하다는 경기도의 설득에도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지난 9일 강원도 화천에서 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는 소식이다. 인접한 경기 지역에도 축산시설, 축산차량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돼지열병 파동으로 기르던 돼지들을 살처분했던 경기 지역 농가들은 돼지 재입식도 미뤄야 하게 됐다. 대규모 가축 전염병이 반복된다. 지속가능한 경기 축산을 위해서라도 경기도형 동물자원순환센터의 입지를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