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 소장

2019년 4월18일 인천 내항 8부두는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개막 이틀째인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를 찾은 관람객 행렬이 제법 길었다.

행사장은 인천역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동인천역에 내려 걸어서 행사장을 찾기로 했다. 가는 길에 신포국제시장과 개항장 역사 현장을 눈에 담았다. 창고를 재생한 인천문화재단과 하버파크호텔, 올림포스호텔을 지나 행사장에 도착했다.

옛 곡물창고를 임시로 개조한 행사장은 겉에서 보기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기둥과 내벽이 없는 단일창고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지만 대형 건벤션 행사를 치르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앞섰다.

행사장 내부에 들어선 후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급작스럽게 준비하다 보니 난방과 소음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도시재생박람회에 이보다 어울릴만한 행사장이 어디 있을까. 창고를 개조한 이런 모습의 컨벤션센터가 우리나라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행사 콘텐츠보다 컨벤션 생각이 온통 필자의 머리를 지배한 하루였다.

상상플랫폼은 8부두 옛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말 내부운영사업자였던 CJ CGV의 사업 포기로 일정이 지연됐다. 최근 사적공간 운영사업자가 선정돼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상상플랫폼에 대형 컨벤션센터는 어떨까. 지금에 와서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제안이 아닌가 할 수 있다. 이미 공적공간에 다목적 공연장, 미술관, 체험관 등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뒷북이 아닌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의도를 살리면서도 인천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지 않은가. 상상플랫폼의 대형 컨벤션센터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먼저 주변 관광사업과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 개항장 역사와 맥이 닿은 역사산책공간 등 주변 관광지와 함께 유망한 관광사업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송도, 영종도 등 신도시와 원도심의 간극을 좁히는 모델로 활용이 가능하다. 상상플랫폼 컨벤션센터는 인천내항 재생 마중물 사업이지만 지지부진한 원도심 재생 촉매제로 활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회생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 지금 인천은 주력산업 부재로 침체 늪에 빠져있다. 일자리와 수익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송도 바이오헬스 클러스트는 하루 아침에 조성되는 것이 아니어서 이른 시일 안에 눈에 보이는 사업이 필요해서다.

부산을 비롯한 광역시는 저마다 대형 컨벤션센터를 가지고 있다.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광주 김대중문화센터, 대전 DCC가 그 것이다. 그러나 부산 벡스코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행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8부두에 컨벤션센터 조성은 무리한 제안이 아닌가 반문할 수 있다.

해답은 부산 벡스코에서 찾을 수 있다. 벡스코의 성공은 주변 관광지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행사 관람객들은 단순히 참석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이틀 묵으면서 볼거리를 찾는 일에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벡스코 주변엔 정보통신기술(ICT)과 영화가 공존하는 센텀지구와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 요트를 탈수 있는 수영만 등 각종 관광레저시설이 있다. 벡스코가 전시장을 늘리고도 공간부족에 애로를 겪는 이유다.

상상플랫폼 컨벤션센터는 부산 벡스코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개항장 역사를 근간으로 조차지, 차이나타운, 신포국제시장, 동화마을, 자유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공간이 주변에 있다. 바다열차를 타고 월미도와 가까운 섬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강화 유적지 탐방은 덤이고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어서 서울 접근성도 용이하다. 더욱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공항이 있어서 국제행사 유치도 타 컨벤션센터보다 유리하다.

인천은 최초의 스마트 관광도시 공모사업에 '스마트한 19세기 제물포'가 선정됐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5G 등 4차산업 혁명 관련 기술을 관광서비스와 접목, 내년 4월까지 인프라를 구축한다. 향후 이를 컨벤션 사업과 연게한다면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도시재생 기본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니 인천내항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유지비용을 가중시키고 수익이 없다면 결국 그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도시재생은 지속가능해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질 좋은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해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명분을 앞세워 자기 이득만을 챙기려는 일부 세력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성공적인 컨벤션사업은 일자리와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상상플러스 성공 모델을 컨벤션사업에서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